화폐개혁, 하루만에 '없던일로'

여당 일부에서 제기됐던 화폐 액면절하(리디노미네이션) 논의가 8일 '수면위'로 떠오른 지 하루 만에 잠복했다. 여당과 정부,한국은행 일각에서는 그러나 원화 화폐단위의 지나친 상승에 따른 거래불편과 수표발행 비용 증가 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고액권 발행 문제를 추진하는 방안은 계속 검토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의 박영선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액면절하는 정부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할 사안이므로 당 차원에서 더 이상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제창 의원 등이 관련 입법을 준비하고 있고 이계안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동조하고 있는 것은 알지만 당내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박 원내부대표는 이어 "지난해 한국은행이 화폐단위 변경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제출한 적이 있었지만 재정경제부가 물가상승 우려와 함께 시기상조라고 일축한 것으로 안다"며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검토한 바 없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민심 불안을 일으킬 수 있는 화폐 액면절하 등 급격한 개혁조치는 논의 자체가 무리라는 게 당내 대다수의 판단"이라며 "특히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그러나 액면절하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고액권 발행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등이 제출한 고액권 발행 관련 법안을 중심으로 이 문제는 계속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재경부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화폐단위 절하 또는 고액권 발행문제와 관련해 어떤 결론도 도출한 바 없다"면서도 "일반적인 제도연구 차원에서 검토해 오고 있다"고 밝혀 향후 추진 여지를 남겼다. 박해영.김용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