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일자) 방카슈랑스 제 길로 가고 있나

은행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제도가 도입 1년을 맞는데도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못해 이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걱정이다. 특히 내년 4월로 예정된 2단계 실시를 앞두고 보험사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보험사들은 지난 1년간 실시한 결과 이 제도가 은행들에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시행연기 등 보완책 마련을 당국에 건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사들은 방카슈랑스가 소비자들의 소비자 편의를 높이고 금융산업의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실제 운영과정에서 수수료율이 낮아지지 않았고,은행들의 보험판매과정에서 '꺾기'등 불공정 영업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보장성보험과 자동차보험까지 은행 창구에서 팔리면 자칫 보험사들의 존립 기반마저 무너질수도 있어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은행들은 방카슈랑스 도입 이후 소비자 편익제고와 그로 인한 보험시장 구모의 확대 등 순기능이 크다며 당초 예정대로 실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느쪽의 주장도 전혀 타당성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방카슈랑스의 정착은 특정 업종의 이해보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돼야 할 과제다. 또 방카슈랑스가 세계 금융산업의 큰 흐름이란 점에서도 당초 잡아놓은 기본 골간을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특히 현재 첨예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는 방카슈랑스 문제는 은행과 보험산업 등 업계의 이해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금융 효율성과 소비자들의 서비스 만족도 제고 등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잘못된 점은 하루 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 금융선진국들의 경우 방카슈랑스를 도입하면서 수수료가 떨어졌는데 우리만 거꾸로 올라간다는 것은 분명 제도 운영이 잘못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적지않은 기업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보험상품을 함께 사야하는 등 은행들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관행도 시급히 시정되어야 한다. 금융감독당국은 앞으로 이같은 불공정 관행을 없애고 고객들에 대한 수수료를 낮출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2단계 방카슈랑스 도입으로 일선 보험설계사와 대리점들이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큰 만큼 가능한 범위내에서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줄 수 있는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공정경쟁을 통해 방카슈랑스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고 우리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도 높아질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