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반기엔 좋아진다더니…이젠 내년이 더 걱정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경기 하향세"를 공식 시인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하강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돌아섰다. 올들어 줄곧 고수해온 "하반기엔 나아진다"는 경기낙관론을 접은 셈이다. 이에 따라 회복다운 회복없이 다시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한은은 "경기도 물가도 내년이 더 걱정"이라는 예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박 총재는 최근 화폐단위 절하(리디노미네이션) 논란에 대해 "경제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 문제를 논하는 것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못박았다. ◆경기도 문제,물가도 문제 박 총재는 9일 "경기가 하향세이고 내수 침체는 계속되고 건설 투자 고용 모두 저조하다"며 그동안 경기낙관론의 근거였던 지표들마저 기대를 저버렸음을 인정했다. 지난달 콜금리 인하 때 '물가보다 경기'를 택했다고 강조했던 것과 달리 이젠 '물가도 문제,경기도 문제'로 후퇴한 것이다. 그래서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선 콜금리 동결외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올해 성장률 전망도 당초 5.2%에서 '5% 안팎'으로 내려와 4%대에 머무를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반면 물가는 갈수록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박 총재는 "올해 물가상승률이 4%대에 달하고 올해 급등한 유가 부담이 전가되는 내년 상반기 물가가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체감경기는 외환위기보다 나빠 통계청의 '8월 소비자 전망조사'(조사시점 8월 하순)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는 내수침체와 물가불안 속에 외환위기 때보다 더 악화된 모습이다. 현재 경기·생활형편을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는 지난달 63.1에 그쳤다. 통계청이 월별 통계를 처음 낸 지난 98년 11월(65.9)보다 낮다. 6개월 뒤를 예상하는 소비자기대지수도 87.0으로 98년 12월(86.7)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고소득층마저 지급을 닫아 내수회복을 낙관할 근거가 희박해졌다. 월 4백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소비자기대지수는 91.0으로 소득계층별 지수를 내기 시작한 2002년 1월 이후 가장 낮았다. ◆회복다운 회복 없이 하강 KDI도 이날 월간경제동향 보고서에서 "경기가 완만하게 하강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하반기 들어 예상한대로 수출은 둔화되는 반면 좋아질 것으로 본 내수는 제자리이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도 내년 성장률을 4.1%로 전망하면서 지난 상반기를 정점으로 경기가 하강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회복다운 회복 없이 경기가 다시 하락하고 있으며 이 하락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내수부진은 구조적 문제(가계부채)를 안고 있어 수출 증가세 둔화를 상쇄할 만큼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김용준·김동윤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