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VS 최평규] 기계업계 '풍운아' 동지인가 적인가

잇단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리기에 나선 STX 강덕수 회장(54)과 삼영 최평규 회장(52)이 "기계업계의 풍운아"로 주목받고 있다. 두 사람은 전문경영인(강 회장)과 중소기업창업(최 회장)이라는 각각 다른 출발선상에서 기업을 경영하기 시작했으나 최근 과감한 "기업 사냥"을 통해 기계업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과감한 기업 인수합병(M&A) 전략을 구사하는데다 투명 경영과 노조와의 화합을 "무기"로 기업 정상화에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더욱이 최 회장이 최근 강 회장이 경영하는 (주)STX의 주식 상당량을 매집한 상태여서 두 사람간 경영권 분쟁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세 확장 닮은꼴 강덕수 회장과 최평규 회장은 기업인수를 통해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닮은 꼴이다. 기업을 인수한 뒤 경영정상화를 이뤄내는 수완도 두 사람 모두 탁월하다. 경북 선산 출신으로 명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강 회장은 지난 73년 쌍용양회에 입사해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출발했다. 강 회장은 지난 2000년 외환위기로 퇴출 위기에 몰린 쌍용중공업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사재를 털어 지분을 취득한 뒤 대규모 스톡옵션을 행사하면서 오너경영인으로 거듭났다. 2001년 회사 이름을 STX로 바꾼 뒤 그해 10월 법정관리 중이던 대동조선(현STX조선)을,2002년에는 산단에너지(STX)를,올 5월에는 레이더 제조업체인 STX레이다시스(구 엠텍)를 차례로 인수했다. 최근에는 범양상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외형 5조원 규모의 중견그룹 경영인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경남 김해 출신으로 경희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최 회장은 지난 79년 공랭식 열교환기와 발전설비를 제조하는 삼영열기공업(현 삼영)을 설립,급성장했다. 최 회장은 최근 4년간 삼영의 지분 55%를 팔아 본격적인 M&A에 나서 지난 2002년 10월 마산의 토종기업인 경우상호저축은행,2003년 3월 통일중공업,9월 호텔 설악파크,2004년 4월 대화브레이크를 잇따라 인수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에는 삼영 등과 함께 모터사이클 제조업체인 효성기계 주식을 총 23.58% 확보해 경영권 인수에 나섰다가 지금은 일부 지분을 매각한 상태다. 삼영과 통일중공업은 또 대우종합기계 방산부문 인수를 추진 중이다. ◆뛰어난 경영능력 강 회장과 최 회장은 투명경영과 노조 설득을 바탕으로 인수한 기업을 단기간에 정상화시키는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강 회장은 인수기업들에 대한 인적 구조조정이나 임원진 파견을 자제하고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힘을 모았다. 최근 범양상선 인수전에서도 인수희망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범양상선 노조와 만나 지지를 이끌어낸 강 회장은 매출 2조3천억원대인 STX그룹을 오는 2007년까지 매출 7조원대로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자산규모 6천억원대의 알짜기업을 이끌고 있는 최 회장도 20여년간 노사분규를 겪은 통일중공업을 인수한 뒤 사재를 털어 격려금을 지급하는 등 대화에 나서 올해 임금동결을 이끌어낸 데 이어 올 상반기 8년만의 경상흑자를 달성했다. 삼영은 영업이익 2백50억원대로 증시에서 주목받고 있다. ◆M&A로 미묘한 긴장 두 사람은 그러나 STX 경영권 분쟁으로 미묘한 긴장을 형성하고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두산그룹 계열사인 HSD엔진과 최 회장이 ㈜STX 주식 12.79%와 9.94%를 각각 취득해 경영권 분쟁 논란을 빚고 있어서다. STX는 삼영이 두산중공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라며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강 회장은 "최평규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적대적으로 인수하려는 행위는 부도덕하다'고 항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일중공업 관계자는 "창원 지역 연고 기업끼리 서로 협조하자는 통화였다"고 말해 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