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입제도' 회의론 확산..교육부. "신뢰성 떨어져"

2008학년도에 도입될 내신 위주의 새 대학입학제도가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 초·중·고교생의 지역간,학교간 학력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난 분석 자료가 발표된 상황에서 학교간 학력 차이를 완전히 무시한 채 내신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는 새 대입제도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들은 학교간 학력 차를 인정하는 '고교등급제'를 실시하지 않고서는 내신 위주 대입전형이 어렵다고 맞서고 있어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또 이와 맞물려 '고교 평준화'를 둘러싼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극심한 학력격차=국회 교육위원회 이주호(한나라당) 의원은 10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실시한 2001년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고교 2학년생 2만2천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분석해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체 1백75개 고교 중 상위 10%인 학생이 1명도 없는 학교가 실업고와 중소도시 및 읍,면 소재학교를 중심으로 69개교(39.4%)에 달한 반면 상위집단이 50% 이상인 학교도 특목고 7곳과 비평준화 지역 일반고 3곳 등 11곳(6.3%)에 달했다. 특목고,실업고 등을 제외하고 평준화지역 일반고만 분석해도 상위집단이 전혀 없는 학교가 6곳이었고,30% 이상인 곳은 3곳으로 학력격차가 컸다. 중학교의 경우도 상위 10%에 속하는 학생은 1백명 중 대구가 19.5명,경북 14.8명,인천 13.9명 등이었으나 충북은 2.5명,강원은 3.6명에 불과했다. 서울은 8.6명이었으나 강남(강남·서초) 학생은 23.4%가 상위 10%에 든 반면 동부(동대문·중랑)지역에선 1.9%만이 상위그룹에 속했다. ◆"새 대입제도 문제있다"=지역간,학교간의 학력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2008학년도부터 학교간 격차를 인정하지 않고 내신 위주로 대입 전형을 실시토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주호 의원은 "평준화 지역에도 학교 격차가 나타나는데 정부가 최근 내놓은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은 고교간 차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고교의 정보를 공개하고 성적에 의한 일률적 고교등급제는 아니더라도 인성교육,특기적성교육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의 차별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 대학 관계자도 "고교간 학력차가 이렇게까지 큰 상황에서 2008학년도부터 학생부 성적을 위주로 대입전형을 하려면 어떻게든 고교간 격차를 전형에 반영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신뢰성 떨어진다"=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은 이 의원의 분석 방법이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최석진 교육과정평가원 교육평가본부장은 "2001년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생 학력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재학생의 1%를 무작위로 샘플링해서 조사한 것"이라며 "샘플링한 학교가 각 지역 대표성이 없고 모집단도 적어 지역별 학교별 학력차를 분석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