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와 벽'의 어울림..최태훈씨 갤러리아트사이드서 개인전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아트사이드에서 다섯번째 개인전을 갖고 있는 최태훈씨는 수천여개의 철선 동선 조각들을 이어붙여 거대한 장벽을 만들어 낸 벽화조각(wall sculpture)을 출품했다. 12m 길이의 대형 터널 형상을 한 'Wall to A Point'를 비롯해 전시장 중앙에서 천장까지 5m 높이의 병풍처럼 올라선 'Wall-Fixed Time' 등 15점을 선보이고 있다. 구부러지고 휘어졌지만 서로 의지하며 버티는 모습은 '사람 인(人)'자를 떠올리게 한다. 터널 형상으로 1.7m 높이의 입구는 전시장 끝으로 갈수록 낮아져 마지막엔 하나의 점이 되어 바닥으로 사라진다. 깔때기처럼 좁아지는 형상은 고행의 길을 암시하면서도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인간관계를 강조한다. 불교의 '卍(mandala)'자를 연상시키는 철선 조각들은 공중에 떠 있는 거대한 평면 드로잉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관객들은 시간과 시점에 따라 작품 이미지가 달라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신작들은 '관계와 벽'이라는 대립관계를 강조하면서도 인간들은 어쩔 수 없이 서로 어울리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최씨는 "타자와의 관계성 혹은 어우러짐은 서로에 대한 거리두기와 경계를 존중해 주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20일까지.(02)7250-1020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