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3차 오일쇼크 .. 이 견 <대한펄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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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선물 가격이 연일 심상치 않다.
10월 인도분이 배럴당 45달러 수준을 넘나들며 국제유가를 위협한 지 이미 오래다.
도이체방크에서는 배럴당 1백달러 시나리오를 내놓기도 했다.
우리는 1973년 1차 오일쇼크를 겪으며 혼쭐이 났다.
79년에도 혹독한 2차 쇼크를 겪었다.
전쟁으로 공급시설이 파괴돼 발생한 1,2차 석유파동과 달리 이번 고유가 추세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그중 공급 불안정과 수요증가가 큰 이유로 대두되고 있다.
러시아 유코스 사태,이라크 내정불안도 한몫 하며 3차 오일쇼크를 불러올 조짐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더욱 심각하다.
에너지 자립도가 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25위다.
그것도 원자력을 제외하면 2%밖에 안된다.
전세계를 초긴장시킨 고유가 사태에 정부도 야단이다.
국가적 차원의 특단의 대책도 내놓고 있다.
공공기관의 탄력근무제 도입이 그것이다.
교통 혼잡으로 인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공무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전기와 휘발유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2006년부터는 공공기관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의무적으로 구매한다고 했다.
에너지 저소비형 사회를 앞당기자는 정책이다.
석유 의존도가 낮은 전기전자와 반도체 로봇 등 차세대 성장산업을 지속 육성하는 한편 에너지 절약 전문 기업은 금리를 3%에서 2%로 낮춰 지원해 준다고도 한다.
어느 국책연구원에서는 서울 시내 자동차 운행을 10%만 줄여도 연 3천7백여억원의 연료비가 절감된다는 연구 결과도 내놓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전환효과를 높이자는 것이 목적이다.
지난달 말에는 국무총리도 나서 '국가에너지절약추진위원회'까지 소집,극복 대책을 논의했다.
국제 유가가 출렁일 때마다 역대 정부도 온갖 대체에너지 개발 정책을 쏟아냈다.
그러다 유가가 안정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잠해지는 것이 우리가 자주 봐 온 모습이다.
이번은 대책 마련으로만 그쳐서는 안되겠다.
에너지 절약은 정부만 하는 게 아니다.
쇼크로 다가 오기 전에 국민 개개인도 절약 요인을 샅샅이 살펴봐야 한다.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 연탄도 더디 땠던 기억이 난다.
연탄구멍을 엇비껴 맞춰 오래 타게 한다거나 아궁이 구멍도 조절하며 아꼈다.
방에 전등을 아끼기 위해 온 식구가 한방에 모여 지내기도 했다.
그 때 기억이 새삼스럽다.
예견된 쇼크도 예방만 철저히 하면 웬만큼 견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