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테러 3주년] 캔터 피츠제럴드사 "수익25% 유족에게‥"

지난 2001년 발생한 9.11 테러로 직원 3분의 1을 잃은 미국 채권중개회사 캔터 피츠제랄드의 '유족 사랑'이 월가에서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회사의 회장겸 최고경영자 (CEO)인 하워드 루트닉이 이익의 25%를 유족들에게 지원키로 한 약속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3년 전 11일 오전 8시46분 테러범이 납치한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WTC) 북쪽 타워에 충돌하면서 1백1층~1백5층 사이에서 일하던 이 회사 직원 6백58명과 트레이딩 룸이 잿더미에 묻혔다. 회사가 통째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절망하지 않고 두자릿수의 수익을 내는 회사로 재기했다. 지난 3년간 연 평균 1억5천만달러의 이익을 기록했다. 회사도 달라졌다. 주로 정부채권을 중개하는 회사에서 주식거래로 업무를 확장하고 투자은행분야와 자산관리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주목받는 것은 재기에 성공했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기업과 CEO의 변함없는 유족 사랑이다. 이 회사는 9·11 테러 후 지금까지 3년간 유족들에게 모두 1억4천5백만달러를 지원했다. 루트닉 회장이 유족들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이익의 25%를 5년간 지원하겠다는 약속에 따른 것이다. 3년째 흔들림없이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의료보험은 10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루트닉 회장은 아무리 바빠도 유족들의 전화를 받아준다. 자신도 테러로 동생을 잃었기에 유족들을 친구처럼 대해주고 있다. 캔터사 직원이었던 아들 아론을 잃은 앨란씨는 "루트닉 회장과 유족들의 관계가 얼마나 가까운지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9·11 당일에는 별도로 기금을 모은다. 올해는 9·11이 토요일인 점을 감안,월요일인 13일 하루에 발생하는 수입 전부를 기금에 넣기로 했다. 직원들도 나섰다. 그들은 그날 하루치 급여를 기부하기로 선뜻 결정했다. 회사가 정상화되면서 직원들도 다시 늘고 있다. 9·11 테러 전 2천명을 넘었던 것에는 못 미치지만 1천8백50명으로 증가했다. 지금은 중부 맨해튼 건물에 세들어 있지만 내년 초엔 새 건물을 마련한다. 참사 현장에서 북쪽으로 8km 떨어진 곳이다. 11일 뉴욕과 워싱턴,펜실베이니아의 참사 현장에선 테러로 목숨을 잃은 2천7백49명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벌어졌다. 캔터사는 같은 시각 센트럴 파크에서 유족들과 함께 옛 직원 6백58명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식을 가졌다. 월스트리트저널,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은 캔터사의 유족 사랑과 추모식을 장문의 기사로 실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