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고맙다! 개인회생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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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개인회생.'
오는 23일 시행되는 개인회생제 시행을 앞두고 변호사업계가 설레고 있다. 매년 1천명씩 변호사들이 쏟아지는데 반해 일감은 불황여파로 오히려 줄어들면서 개인파산 변호사가 생길 정도로 힘겨운 영업을 해온 변호사들이 모처럼 호재를 만난 것. 개인회생제는 워크아웃 등 기존제도보다 까다롭고 복잡해 변호사의 도움 없이 신청과 변제계획 이행 등을 일반인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기가 쉽지 않다. 변호사업계는 개인회생 서비스 시장 규모가 연간 3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해 개업한 한 변호사는 "신청 대상자가 16만명 정도일 것으로 대법원이 예측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가운데 10%만 변호사의 도움을 얻는다고 해도 1백60억원대(1건 수임료 1백만원 기준)의 '신규시장'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계산이지만,만약 16만명이 변호사를 선임하고,수임료를 최저 2백만원으로 계산한다면 3천2백억원대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뭄에 단비같은 개인회생시장을 놓고 스타 전문변호사로 이름을 날리고 어느 로펌이 유명세를 탈 것인지 벌써 마케팅경쟁이 시작됐다.
H로펌의 한 변호사는 "3년 전 개인회생제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신청자가 첫해 6천2백여명에 그쳤지만 매년 두배가량 늘어 지난해 2만3천여명이 제도를 활용했다"며 "변호사 업계로선 모처럼 새 시장을 만난 셈"이라고 말했다.
올 초 연수원 동기 4명과 함께 합동법률사무소를 연 김모 변호사는 "기존 서비스 시장은 진입장벽이 워낙 두터워 신생 로펌들이 뚫고 들어가기가 쉽지않다"며 "개인회생제는 처음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전문지식으로 무장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등 시장을 선점하는 로펌이 새 시장의 주역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김형두 판사는 "민법,상법,민사집행법 등 각종 법률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분석력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해 앞으로 개인회생제 전문변호사 및 로펌의 부상을 예상했다.
변호사들의 이 같은 기대감을 반영하듯 13일 변호사회관에서 개최되는 '개인회생 변호사연수회'는 1주일 전에 신청정원 3백명을 다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변호사회 관계자는 "개인회생제를 일반인이 혼자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변호사의 조력을 처음부터 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일단 신청과 인가,이행과정에 필요한 관련서류들이 30여종에 달한다는 게 채무자들로서는 큰 부담일 뿐만 아니라 채권자 이의소송이나 불인가에 대한 항고 등 크고 작은 '소송'에 휘말릴 여지도 적지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변제계획이 기각될 경우 자칫 5년 간 재신청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전문조력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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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회생제 ]
사채 등 개인채무가 15억원 이하인 악성 신용불량자를 구제하기 위해 오는 23일부터 법원에서 시행하는 신용회복지원제도다. 기존의 개인워크아웃이나 배드뱅크에 비해 구제대상 채무 규모가 훨씬 크며 변제계획을 성실히 이행할 경우 원금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채무 변제기간은 최단 3년,최장 8년이 원칙이고 이 기간 중 생계비를 제외한 모든 소득을 채무 변제에 충당해야 하므로 일정한 수입이 보장된 급여소득자나 영업소득자 등이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