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캠퍼스 특강] 김영훈 대성그룹 글로벌에너지네트워크 회장


김영훈 대성그룹 글로벌에너지네트워크 회장이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하계 제주포럼에서 강의한 "차세대 부가가치 산업으로서의 문화산업"을 요약 소개한다.


김회장은 강의에서 "한국경제의 장래는 문화.콘텐츠 산업의 부흥여부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문화.콘텐츠 사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취약한 창작 인프라를 개발하고 국제 마케팅 인력을 육성하는 등 정부와 기업의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움트는 문화·콘텐츠 산업의 맹아


저명한 미래학자인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21세기를 문화전쟁의 시대로 규정하고 문화산업을 장악하는 국가가 경제를 지배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문화산업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은 문화산업의 위력이 어떤지를 실적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공룡을 소재로 한 SF영화 '쥬라기 공원'의 경우 영화 1년 흥행수입이 국내 자동차 1백50만대 수출액과 맞먹는다는 것은 청와대 보고자료에도 쓰일 만큼 유명한 예가 됐다.


최근들어 국내에도 문화산업의 '맹아'들이 움트기 시작했다.
제57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원대상을 수상한 영화 '올드보이'의 경우 개봉전 밀로노 필름마켓에서 2백만달러에 판매됐으며 해외 총 판매액만도 4백만달러에 이르는 효과를 누렸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는 2002년 2백19억원,2003년에 2백62억원 등 지속적으로 해외 로열티 수입을 올리고 있다.


대학생이 만든 플래시 애니메이션에서 출발한 캐릭터 '마시마로'(일명 엽기토끼)도 일본,동남아 등에 수출하면서 35억원의 로열티를 받고 있다.
◆문화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물론 문화산업 업체에서 올리는 매출이나 로열티는 IT나 반도체 업체들이 올리는 수입에 비해 아직 보잘 것이 없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이익률을 보면 매출 중심의 시각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


통상 제조업 평균 이익률(순이익/매출액)을 2.5%로 본다.


국내 굴지의 자동차 회사인 현대자동차의 이익률도 5% 내외다.


하지만 게임 리니지를 만든 엔씨 소프트의 이익률은 34.3%에 달한다.


이익률만 놓고 보면 매출 1천5백48억원의 엔씨소프트는 연간 2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제조업체와 맞먹는 실적을 올린 것이다.


문화·콘텐츠 산업이 중요한 이유는 이 사업이 다른 사업군에도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실례로 전지현을 모델로 쓴 태평양의 경우 한류열풍의 영향으로 올 1분기 중국매출이 6백40만달러를 기록,작년 같은 기간보다 2.5배나 증가했다.


또 최근 일본에서 불어닥친 한류열풍으로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난 것도 애초에 생각지 못했던 긍정적인 효과였다.이같은 부가효과는 전통적인 제조업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것이다.


문화·콘텐츠업이 갖는 또다른 장점은 미래에 기대되는 높은 잠재 성장률이다.


한국문화콘텐츠 진흥원에 따르면 오는 2010년까지 게임산업은 매년 33%,영화산업은 18%의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자동차산업의 성장률은 3%,전자산업의 성장률은 6%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 투자에 집중해야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보다 열악한 조건임에도 불구,국내 문화산업의 발전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정책적 뒷받침이 없다면 이같은 성장세가 언제 꺾일 지 모른다.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은 현재 3가지 당면과제를 가지고 있다.


일단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희박해 내수시장 매출확대에 한계가 있으며 문화콘텐츠 창작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또 문화산업에 몸담고 있는 기업들의 영세성으로 국제 시장에서 국내 문화상품을 마케팅할 인재의 육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현실에 발맞춰 문화산업 지원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전경련은 문화 콘텐츠 기획안이 훌륭할 경우 제품 출시까지 은행대출을 전경련에서 보증해주기로 결정했는데 정부도 실질적인 문화산업 육성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본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