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韓ㆍ美 FTA가 정답이다

金榮奉 지난주 뉴스위크의 자카리아(Zakaria) 칼럼은 세계 유가 추세에 대해 논급했다. 미국은 회복하고,일본은 돌아오고, 중국과 인도는 거세게 성장해 금년 세계경제는 30년래 최고의 성장을 기록할 것이다. 안보할증(safety premium) 탓도 있으나 현 유가상승은 거대해진 국가의 수요증대가 원인이다. 현재 세계석유시장은 1973년 오일쇼크 전야(前夜)보다 더 경색돼 있고 이 상태가 적어도 2년은 지속될 것이다. 10달러의 유가상승은 미국경제를 0.5% 끌어내리고 일본 중국 인도는 더욱 큰 타격을 받으리라 예상한다는 것이다. '30년래 대호황' 덕분에 우리 수출은 상반기 40%가 증대했다. 하지만 내수 투자가 최악인 경제에 유일한 버팀목이 됐던 수출마저 이제 무너질 형세가 된 것이다. 이미 8월 이래 수입증가율은 수출증가율을 넘어서 향후 닥칠 암울한 우리 무역시장의 징후를 보여준다. 이런 형국에 책임 있는 국가가 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경제외교를 펴고 국내 이해집단을 다스려 시대에 합당하는 산업과 무역의 틀을 짜는 일은 무엇보다 우선할 국사(國事)다. 오늘날 세계 각국은 제각기 무역특혜상대를 찾는데 열중이다. 우리정부는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논의 중인데 뒤늦게 중국과 미국이 우리와의 FTA에 관심을 표명해왔다. 지난 4월 세계경제연구원이 배포한 '한국 FTA정책의 허와 실'(남종현)은 이 득실관계를 설득력 있게 분석한다. 이에 준거해 우리에게 필요한 FTA 구도를 논의해 보자. 먼저 한·일 FTA가 한국의 무역 및 성장에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연구자들이 같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한국의 산업기술 수준은 일본에 뒤지고 제조업 관세율도 한국(7.9%)이 일본(2.5%)보다 세배 높다. 이런 판국에 관세철폐는 우리 산업의 의존적 관계와 일본의 지배적 위치를 더욱 강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일 FTA로 대일 무역적자가 오히려 61억달러 늘고 경제성장률도 0.07%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한국 측이 기대하는 것은 일본으로부터의 사양산업과 기술 이전, 대한 직접투자의 증가, 경쟁증대와 제도개선효과 등이다. 그러나 이런 효과는 그 크기를 알 수 없고 분명하지도 않다. 예컨대 한국에 지금 자본이 모자라 일본의 투자를 바라는가. 국내기업이 오히려 탈출하고 정부가 스크린쿼터 하나 해결 못해주는 것이 한국의 투자환경이다. 농민의 저항이 없으므로 정치적으로 쉽게 득점이 가능한 치적이 된다는 점이 현재 한·일 FTA를 추진하는 힘이 되고 있다고 보겠다. 이제 중국과 미국이 새 변수가 된 마당이니 FTA의 전체구도는 당연히 재검토돼야 한다. 중국의 경우, 방대하게 성장할 중국경제와 보완관계를 가짐으로써 얻는 이익은 한·일 FTA와 비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여기에는 중국과 농업개방을 타협하고 우리 농민을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이 무엇보다 크다. 그러나 중국이 이미 협상의사를 표명한 만큼 그 성사여부는 한국 측의 노력에 달려 있다. 반면 중국과 일본은 산업구조의 차이와 상호신뢰의 극복 등 난제가 너무 많아 공동의 FTA는 본질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 즉 한·일 FTA는 일단 완성되면 중국이 차후 참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한·중 FTA를 포기함을 의미할 것이다. 한·미 FTA는 실현만 된다면 한·일 한·중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의 연간 수입액은 1조3천억달러에 이르고,한국과의 경제적 보완관계가 무한하며,정치 안보 외교관계로 파급되는 이익도 막대하다. 현재 미국은 한·중·일 3국에 연 2천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내고 있다.그런데 저희들끼리 경제블록을 형성해 무역상 차별대우를 준다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배경이 미국의 FTA 제안에 있다면 한·미 FTA는 의외로 쉽게 성사될 소지가 있다. 문제는 역시 마구 부셔대는 농민과 정부의 성사의지 여부에 있을 것이다. 히포크라테스가 말했듯 '기회는 날듯 가고 결단은 어렵다'. 이해집단에 굴복해 때를 잃고 일을 그르칠 수 없는 기회이다. 현 정부가 실로 국리민복(國利民福)에 몰두하며 난관타개의 의지를 가진 집단임을 과시할 기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