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48시간이상 근무 논란

근로자들의 근무시간 연장을 놓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영국이 티격태격 갈등을 빚고 있다. EU 집행위가 "주당 48시간 이상 근무제"에 대한 제한 규정을 제정하려고 하자,영국 정부와 산업계는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은 14일 "사용자가 근로자 개인에게 48시간 이상 근무를 요구할 때 노조로부터 사전 동의를 얻도록 하자는 권고안이 다음주 EU 집행위에서 공식 법률로 제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다수결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EU 집행위,영국 48시간 이상 근무제 안 된다 다음주 집행위 회의를 앞두고 프랑스 주도로 마련된 새 EU 권고안은 특정 개인에게 주 48시간 이상의 근무를 요구하는 경우에도 먼저 노조측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사용자가 특정 개인과 근무시간 연장에 합의하더라도 근무시간 연장은 1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해마다 이를 경신하도록 했다. 아울러 고용계약 체결 시기나 수습 기간에는 사용자가 근무시간 연장을 요구할 수 없으며,근로자가 주 48시간 이상 근무에 동의했더라도 주 65시간 이상 근무는 금지하도록 명문화했다. EU의 근무시간 관련 법률은 주 평균 48시간 이상 근무 거부권을 노조측에 부여하고 있으나,영국은 "사용자가 종업원 개개인들에 대해서는 그 이상의 근무시간을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이를 지키지 않아왔다. ◆영국,근무시간 제한은 기업 경영 침해 근무시간과 관련,사용자측 입장을 지지해온 영국 정부는 EU 집행위 권고안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근무시간 연장 여부는 기업과 근로자 간 계약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라며 국가 차원의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영국 산업계도 거들고 나섰다. 영국 경제인연합회(CBI)의 존 크리드랜드 부회장은 "EU 집행위가 프랑스·독일식의 경제 시스템을 뒷구멍으로 강요하려 한다"며 "이런 권고안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사용자 단체인 엔지니어링 경영자연합회(EEF)도 "개인은 노조 의견과는 상관없이 근무시간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지녀야 한다"며 "근무에 대한 집단적 접근은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다"고 강조했다. FT는 "영국 정부는 과거에는 집행위 권고안을 막을 수 있는 EU 내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있었으나 EU 회원국이 10개국 더 늘어 25개국으로 확대됨에 따라 저지선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각국 고용시장 상황에 따라 다음주 EU 집행위원들간의 뜨거운 찬반 논쟁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