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재 대란 조짐] 후판 40%급등…조선업계 적자 비상

철강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철강대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선박건조용 후판 등 일부 제품들은 올초 "원자재대란" 때보다 가격이 더욱 오르고 있는데다 수급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 조선 등 일부 업종은 자칫 3.4분기부터 이익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된 업계는 원자재 수급 원활화를 위한 장기적인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주요국,마구잡이식 사들이기 철강 수급 불균형은 올해 초 '차이나 쇼크'에서 촉발한 이후 중국이 4월부터 긴축정책에 들어가 잠시 완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의 철강경기가 회복되면서 이들이 철강재를 속속 빨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올 상반기 철강재 수입량은 1천4백2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6% 늘었다. 1∼4월에는 소강 상태를 보였던 수입이 5월부터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철강재 수입량이 늘어나면서 제품가격도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1∼4월 t당 5백63달러였던 철강재 수입가격이 5월 이후 6백50달러로 올라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지난 4월 긴축정책 실시 이후 주요 제품가격이 떨어지고 수입량이 감소하는 등 한때 수급난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7월 이후 냉연강판 등 판재류 가격이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8월 철강 소비 증가율은 전달보다 5.8%포인트 높아졌다. ◆조선업계 최대 피해 철강가격 오름세가 지속됨에 따라 산업 전반에 수익성 악화와 생산 차질 등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가 최대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선박용 후판 가격은 지난해 말 t당 3백31달러(포스코 기준)에서 올 9월 현재 4백65달러로 40.5% 오른 상태다. 일본 철강업체들은 한국 조선업체에 공급하는 3분기 후판 가격을 1백50달러 올린 6백달러(FOB 기준)를 받고 있다. 반면 조선업체들은 2001∼2002년 수주했던 물량을 올해 집중 건조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의 척당 수주 단가는 2001년 5천8백96만달러,2002년 4천5백80만달러로 올해(6천4백만달러)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에만 영업이익이 14∼59% 줄어든 국내 조선업계는 하반기에는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걱정했다. 조선업계는 그러나 가격보다는 수급 불균형을 더 우려하고 있다. 이병호 한국조선공업협회 부회장은 "조선업계는 올해 1백50만t,내년 2백만t,2007년 이후 2백50만t 정도 후판이 모자랄 것으로 추정된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자동차와 가전 등 국내 주력 산업들도 냉연강판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하자 긴장하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냉장고와 세탁기의 경우 냉연강판이 제조원가의 약 20%에 달하고 있어 원가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년에도 마찬가지 세계적인 철강재값 강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럽은 수급 불균형 심화로 10월 들어 주요 철강재 가격을 추가 인상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산업연구원 김주한 실장은 "수급 균형이 깨지면서 조그만 충격으로도 가격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이 같은 가격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