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스틸 한보철강 인수 무산 위기

한보철강 매각작업이 AK캐피탈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따른 우발채무라는 새로운 변수를 만나 차질이 우려된다. 우발채무에 대한 부담여부를 놓고 최대 채권자인 한국자산관리공사와 다른 채권금융기관,인수자인 INI스틸.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이 각각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INI스틸 컨소시엄은 16일 공정위의 조건부 기업결합 허가를 받은데 이어 오는 21일 개소식을 갖고 한보철강 본격 경영에 나선다는 방침이었다. ◆AK캐피탈 변수 등장 AK캐피탈과 자산관리공사(KAMCO)의 갈등은 지난 7월 AK캐피탈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화됐다. AK캐피탈은 당시 자산관리공사가 지난해 3차 매각입찰 본계약 당사자로 선정됐던 자신의 지위를 부당하게 박탈했다며 한보철강 매각절차의 중단과 계약 당사자의 지위를 회복시켜달라고 요구했다. AK측은 지난해 자산관리공사가 인수시한을 추가로 연장해주지 않아 인수에 실패했다고 주장하며 계약 당사자의 지위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4억달러의 손해배상을 해줄 것도 요구했다. 캠코는 그러나 인수 본계약 당시 맺은 매각 대금 완납시한을 어긴 것은 명백한 AK캐피탈의 잘못으로 이로 인한 계약파기와 계약당사자의 지위 박탈은 정당한 절차였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당시 이미 매각 주간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공개입찰 방식의 매각을 재추진해 INI스틸·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한 상태였던 만큼 AK측의 문제제기는 실효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우발채무 부담 논란 본계약 체결에 이어 이날 공정위의 조건부 허가를 받으면서 순항하던 한보철강 매각작업은 우발채무에 대한 부담을 누가 지느냐에 대한 갈등으로 삐걱이고 있다. 자산공사측은 그동안 INI스틸컨소시엄측에 소송에서 질 경우 소송금액을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INI컨소시엄은 국내 기업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발채무는 매각하는 쪽에서 부담해온 관례에 따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발채무는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물어줘야할 금액으로 AK캐피탈측이 미국 뉴욕법원에 제기한 2조원과 홍콩법원에 제기한 5천억원 등 2조5천억원이다. 또한 국제상공회의소 중재법원 결정도 현재로선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자산공사는 우발채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정리계획안이 통과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고 지분 20%인 최대 채권자의 반대로 이날 열린 채권 관계인 집회에서는 정리계획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향후 전망 자산공사 관계자는 "소송에서 질 경우 발생할 우발채무를 채권단이 공동 분담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어 앞으로 협의를 통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금융회사들은 2조5천억원에 달하는 우발채무를 떠안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어서 합의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채권단이 우발채무 부담을 INI스틸컨소시엄측에 떠넘기기도 쉽지 않다. INI컨소시엄측으로서는 인수가액(8천7백71억원)보다 더 많은 부담을 지면서까지 한보철강을 인수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한보철강 매각작업은 당분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정태웅·이심기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