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추석분위기 확 달라졌네 ‥ 선물은 안오고 민원만 수북

추석 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예년 같으면 추석 선물을 배달하는 퀵서비스맨이나 택배업체 직원들로 붐빌 때이지만 올해는 썰렁하기 그지없다. 정치권에서도 선물을 아예 주고 받지 말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나타난 새 풍속도다. 한나라당 K의원은 "16대부터 15대보다 눈에 띄게 줄더니만 올해는 선물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L의원도 "지금쯤이면 택배 직원들이 분주하게 들락날락할 때인데 올해는 너무 조용하다. 선물이라고 해봐야 의원들끼리 지역 특산물을 주고 받는 정도"라고 전했다. 의원들은 간혹 집으로 보내오는 선물도 거절하기 바쁘다. 열린우리당 K의원은 부인에게 "백화점이나 택배 회사에서 전화가 오면 '시골에 내려가 (선물을)받지 못하니까 가져오지 말라'고 얘기하라"고 단속을 시켰다. 이같은 변화는 선거기간 외에도 불법 기부행위를 엄하게 처벌하도록 법 규정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P의원은 "경제상황도 어려운데다 '차떼기'등 각종 비리사건을 거치면서 기업이나 기관들이 정치권에 줄을 대는 것에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선물 안받기' 선언이 잇따르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지난 8일 "선물을 주고 받지 말고 불우이웃 돕는데 쓰자"고 제안했고,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수요모임도 선물을 받지 않기로 했다. 민주노동당은 피감기관과 업무 관련 단체가 보내는 선물은 목록을 작성해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내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관련 기관이나 이익단체의 민원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의원회관이나 상임위원장실 주변에는 의원들이 속한 상임위와 관련된 정부 및 단체,기업체 인사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의원은 "국감을 앞두고 민원은 많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주로 증인 신청부분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민원이 많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관심이 떨어지는 이슈인데 굳이 부를 필요가 있느냐는 불만들이다. 교육위 소속의 한 의원은 "학교 전출 등 상임위 관련 민원이 꾸준히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밖에 지역민원과 밀접한 건교위나 관련 이해단체가 많은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 방에도 민원인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재선의원은 "상당수는 말도 안되는 '어거지 민원'이지만 매정하게 거절할 수 없어 곤혹스럽다"고 털어놨다. 양준영·최명진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