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채권단 이기주의땐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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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철강 매각 작업이 'AK캐피탈 소송 변수'를 만나 삐걱거리면서 향후 처리 과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보철강 3차 입찰에서 인수대상자로 선정됐다가 대금을 내지 못해 인수 자격을 박탈당한 AK캐피탈은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제상업회의소(ICC)에 한보철강을 대상으로 4억5천만달러에 이르는 소송을 냈다.
또 미국 뉴욕주 법원에도 자산관리공사를 대상으로 15억5천만달러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INI스틸 컨소시엄은 한보철강 인수는 자산 인수 방식이어서 인수자는 우발채무와 관계가 없다며 한보철강의 신속한 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이 서둘러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채권단 합의 지연
자산관리공사는 한보철강 매각을 둘러싼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패소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리계획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권단이 우발채무로 3천8백74억원을 유보하고 있지만 우발채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으므로 추가 금액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법원과 한보철강은 "자산관리공사가 뉴욕 법원 소송의 피고라는 자사의 입장만 생각해 희박한 패소 가능성을 과장하면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자산관리공사를 제외한 채권단의 금융회사들은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소송 패소 가능성도
AK캐피탈이 뉴욕 법원에 제기한 소송과는 별도로 ICC(국제상업회의소) 소송의 진척 여부도 관심이다.
AK캐피탈은 한보철강을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현재의 매각절차 중단과 자신들의 인수자 지위 회복 △4억달러 손해배상 소송 △한보철강 인수를 위해 쓴 비용 5천만달러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만일 ICC 중재법원이 AK캐피탈측의 매각 중단 요구를 들어줄 경우 매각절차 자체가 통째로 무산될 수도 있다.
AK캐피탈은 지난 8일 충남 서산지원에 한보철강 매각대금과 당진공장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배상이나 인수비용 반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에는 채권단이 배상액을 공동 분담할 수밖에 없다.
◆향후 전망은
자산관리공사와 다른 채권단이 분담에 합의하지 못하면 한보철강 매각은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AK캐피탈측이 제기한 소송의 향배도 주요 변수다.
통상 ICC 소송은 1년 정도 걸리고 뉴욕 법원 소송은 1년 이상 지나야 결론이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의 합의가 이뤄지고 소송에서 일부 패소하더라도 채권단이 손해배상액을 공동 분담하면 한보철강 매각절차는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마무리될 수 있다.
그러나 ICC 중재법원이 매각절차 자체를 중단하라고 판결할 경우 한보철강 매각이 또다시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