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시대 '뉴 차이나'] 상하이 특혜시대 '종말'

중국 최대 경제도시 상하이가 새로운 변화의 도전에 직면했다. 후진타오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군사위 주석까지 맡게 됨에 따라 상하이시의 외형 위주 고도성장 노선은 빠른 속도로 수정될 전망이다. 이미 후진타오 주석 주도의 긴축정책을 통해 상하이의 주요 사업들은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상하이시의 천량위 당서기가 지난 7월 긴축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반면 정치도시 베이징은 '긴축을 통한 체질 바꾸기 경제노선'에 적극 합류해 상하이가 느끼는 압박감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푸둥식 개발은 더이상 없을 듯=지난 90년대 초 중앙정부의 전폭지원을 받은 푸둥 개발로 이뤄진 상하이의 급부상은 중국 고도 경제성장의 상징으로 통한다. 80년대 상하이에 한 개도 없었던 30층 이상 고층건물이 지난해 말 3백74개로 늘어났다. 상하이에 우뚝 선 8층 이상 건물은 5천6백여개로,20여년 만에 47배 증가했다. 당과 정계의 최대 세력으로 자리잡은 장쩌민을 정점으로 한 상하이방이 후원자 역할을 한 덕분이다. 베이징의 한 경제전문가는 "상하이시는 같은 직할시인 톈진보다 지난 12년간 정책자금 및 은행 융자금으로 1백98억위안(1위안은 약 1백50원)을 더 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외자를 빨아들이는 성장엔진으로 떠오른 배경이 됐다. 상하이시가 승인한 사업은 중앙에서 무사통과되는 게 관례였다는 지적이다. 상하이시는 최근의 긴축조치에도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14.8%를 기록했다. 중국 전체의 9.7%를 크게 웃도는 것은 물론 상하이의 작년 경제성장률 11.8%를 상회한다. 리청 미국 해밀턴대 교수는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가 주도하는 경제팀은 상하이에 '노'라고 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하이방이 아직 건재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상하이에 대한 특혜 시대는 종말을 맞이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타격받는 상하이시 외형 위주 사업들=홍콩 언론들은 최근 상하이에서 긴축으로 중단되거나 취소된 프로젝트 규모가 4천억위안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상하이유니버설스튜디오,경마장,일부 지하철 노선 등이 포함됐다. 리청 교수는 "최근 중앙정부가 상하이시의 공적성 프로젝트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자기부상열차.시간당 2백67마일을 달리는 이 자기부상열차 건설을 위해 48억위안이 투입됐다. 푸둥의 롱양지하철역에서 푸둥공항까지 이 열차를 타고 가면 차로 45분 걸리는 거리를 8분이면 갈 수 있다. 하지만 리청 교수는 "승객 탑승률이 20%에 불과해 하루 20만위안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추정했다. 후진타오 주석의 인민을 먼저 생각하는 인본주의(人本主義)에 부합하지 않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베이징의 긴축노선 합류=베이징 시는 태자당(太子黨·공산당 고위간부 자제)으로 분류되는 왕치산 시장이 이끌고 있다. 상하이방의 대표 주자로 대변되는 장쩌민 전 군사위 주석과 쩡칭훙 국가부주석 모두 태자당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더 장쩌민 계열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베이징시는 최근 2008년 올림픽을 위해 새로 짓기로 한 경기장 10곳 중 5곳의 건립계획을 백지화했다. 기존 주 경기장의 화려한 슬라이딩 지붕도 없애기 위해 설계를 변경했다. 후진타오 주석의 긴축노선에 적극 호응한 것이라는 게 베이징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베이징 올림픽도 중앙의 긴축을 따르는 마당에 어떤 도시 프로젝트도 긴축 정책의 예외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상하이에 던지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상하이시도 부동산 등의 외형 성장보다는 다국적기업의 연구기지 유치와 금융산업 육성 등 질적 성장을 통해 지속성장이 가능한 경제체질을 만들어나가는 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