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금리 0.25%P 또 인상.. "美경제 견인력 되찾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단기 금리 0.25%포인트 인상은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17년간 재임기간 중 대통령 선거와 가장 가까운 시점에 이뤄졌다. FRB의 독립성은 자타가 인정하지만 대선 직전에는 불필요한 오해를 주지 않기 위해 금리조정을 꺼린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하지만 이날 금리 인상을 놓고 백악관이나 공화당은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았다. 공화당 관계자들은 그린스펀 의장의 금리 인상을 미국 경제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조치로 받아들였다. 이번 금리 인상은 경기팽창을 누르기 위한 긴축조치가 아니다. 지나치게 확장적인 금융완화 정책을 경기 중립적인 수준으로 조정하는 작업의 하나일 뿐이다. 단기금리가 인상돼 연 1.75%로 조정됐지만 인플레를 감안한 실질금리는 여전히 0%에 가깝다. 명목금리도 수십년래 최저 수준이다. FRB가 9·11 테러로 직격탄을 맞은 미국 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례적으로 금리를 낮췄고 이날 조치를 포함,올 들어 세 차례 금리를 올렸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에 있는 게 현실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금처럼 낮은 금리는 지속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유가급등에도 불구하고 인플레가 1∼2%의 안정된 수준에서 통제되고 있기 때문에 인상속도는 '점진적(Measured)'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FRB가 다음 금리결정회의인 오는 11월10일에 추가로 0.25%포인트 올린 다음 12월엔 한 차례 쉰 뒤 내년 2월부터 2차 금리 인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FRB가 생각하는 중기적인 금리 수준은 연 3∼5% 라고 월가 전문가들은 말한다. 경기를 자극하지도 억누르지도 않는 중립적인 수준이 그 정도라는 것이다. 손성원 웰스파고은행 수석 부행장은 "연말까지 단기금리를 연 2%로 높이고 내년 말까지는 연 4%로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때까지 언제 어떻게 올릴지는 경기동향에 달려있다. FRB는 경기가 취약국면(Soft patch )를 지나 다시 동력(Traction)을 회복했다는 긍정적인 판단을 내렸다. 고용도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작년 8월 이후 새로 생긴 일자리가 1백만개를 넘어선 게 그 같은 판단을 내리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판단이라면 경기중립적인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게 월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유럽과 일본이 따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의 경우 인플레 우려를 안고 있지만 경기회복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럽 중앙은행이 금리를 높일 것 같지 않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장기침체에서 벗어나 3년간의 금융확장 정책에 언제 종지부를 찍을 것인지가 관심이지만 대미 수출동향을 보면서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미 수출이 둔화될 경우 섣불리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