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일자) 盧대통령 러시아 방문의 성과

노무현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고 두 나라 관계를 '신뢰하는 포괄적 동반자'로 격상시켰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할 뿐 아니라 에너지 IT 우주기술 등 경제·과학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볼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사안은 시베리아 유전 공동개발에 합의한 것이다. 시베리아의 유망 광구를 공동 개발할 경우 한국 지분은 17억배럴에 달한다. 앞서 방문한 카자흐스탄에서 합의한 유전개발과 합치면 모두 25억배럴로 우리나라의 3년간 원유 도입량과 맞먹는 규모이다. 에너지를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이같이 우리가 직접 참여하는 유전개발의 중요성은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노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에 힘입은 기업들의 활약도 기대 이상이다. LG 삼성이 35억달러 규모의 정유시설 관련 프로젝트를 수주했고,현대자동차는 현지 조립생산 규모를 두 배 늘리기로 하는 등 굵직한 계약들이 성사됐다. 동시베리아 송유관 건설,한반도~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 등 대형 사업들이 구체화되면 우리 기업들의 진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대통령의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는 이처럼 기업들의 사업기회를 늘려주고, 이는 궁극적으로 국익에 큰 보탬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이번 러시아 방문에서 실증해 보인 셈이다. 노 대통령이 현지에서 재계 총수들과 만나 "기업이 바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닌가 싶다. 이는 기업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평가한 말이고 보면 당면한 경제난국을 풀어가는 기폭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 대통령에겐 연말까지 아시아·남미·유럽 순방 일정이 꽉 차있다. 정부는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통해 현지 진출 기업들의 활동반경을 크게 넓혀줄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도 그런 인식에 바탕을 둔 기업정책을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