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1000 시대 열자] 제3부 : <끝> (4)증권사 CEO가 뛴다

"투자와 투기는 어떻게 다른가요?" "주가는 기업의 가치를 그대로 반영하나요?" 지난 17일 오후 3시.서울 용산에 있는 선린인터넷고등학교(옛 선린상고) 시청각실은 때아닌 증권교육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이강원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이 '1일교사'로 나서 주식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하자 강의실을 가득 메운 학생들이 평소 궁금증을 거침없이 쏟아낸 것이다. 며칠에 걸쳐 꼼꼼히 강의를 준비한 이 사장도 답변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강의 중간 수시로 날아드는 질문들로 1시간 강의는 금세 끝나 버렸다. 강의가 끝난 후에도 학생들은 "CEO가 되는 비결이 뭐예요?" "증권사는 어떻게 입사해요?" "연봉은 얼마나 받아요?" 등의 질문을 이어갔다. 강의를 들은 변수민군은 "교과서에 안 나오는 내용을 들을 수 있어 경제공부에 도움이 됐다"며 "이런 강의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이 사장은 "주식시장을 알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의 갈망이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며 "중등 정규 교과목에 자본시장의 핵심인 증권시장에 대한 설명이 전무한 현실이 새삼 안타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여의도 증권가에 투자자 교육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교육에 잇따라 나서는 것은 물론 증권사들도 일반인 대상의 투자교육 프로그램을 앞다퉈 마련하고 있다. 이날 이강원 사장의 강의도 증권업협회가 올해 초부터 추진 중인 'CEO 순회 증권특강'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황건호 증권업협회장에 이어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이 이미 강사로 나섰으며,여타 증권사 CEO들도 전국 초·중·고등학교를 찾아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증권사 CEO들이 직접 교육에 나선 것은 미래의 투자자를 건전하게 육성하지 않으면 증시의 뿌리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의 반영이다. 황건호 회장은 "국내 증시가 외국인에 휘둘려 주권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며 "이를 막을 수 있는 길은 건강한 미래 투자자를 우리 손으로 육성하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증권사들도 투자자 교육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삼성 현대 LG투자 대우 대신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과거 주류를 이뤘던 '종목 골라주기식' 단순 투자설명회보다 투자자 육성 차원의 다양한 '증권 배우기'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6월부터 3개월짜리 '사내 증권대학'을 개설,일반 투자자들이 다양한 투자기법을 심도있게 공부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대신증권은 온라인을 통해 동영상 투자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래에셋은 매년 수익의 1∼2%를 투자자 교육에 사용하고 있다. 현대증권 김지완 사장은 "주식을 단지 사고파는 것으로만 인식하는 투자자 수준을 바꾸지 못하면 증권사들도 위탁매매 한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은 "개인의 자산 배분을 어떻게 하고 투자는 어떤 원칙에 따라야 하는지를 증권사가 나서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등 선진국 증권사들은 오래 전부터 이런 방식으로 투자자 교육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투자문화가 형성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증권사의 노력만으로는 절름발이 투자교육에 그치게 된다. 대신증권 김대송 사장은 "청소년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증권사뿐 아니라 모든 교육기관이 공동으로 나서 실물경제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