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1000 시대 열자] 시리즈 결산 좌담회..비과세 상품 허용해야

한국경제신문은 '증시 1,000포인트 시대를 열자'란 주제로 지난 3주간 기획시리즈를 게재,국내증시가 안고있는 문제점을 분석하고 회생방안을 모색했다. 그 결산으로 22일 오후 본사 회의실에서 박병원 재정경제부차관보, 황건호 증권업협회장, 홍성일 한국투자증권 사장, 최운열 서강대 교수를 초청,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투자자들이 위험회피형으로 바뀐 원인을 분석하고 '증권과 은행간 정책적 불균형해소'및 '증시 수급구조 확충'등을 중점 논의했다. ◇정규재 부국장=최근의 증시 상황을 지켜보면 극소수의 투기적 개인만 남아있어 외국인이 조금만 움직여도 주가가 출렁이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홍성일 사장=지금 증시를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예전에는 종합주가지수가 850포인트를 넘어서면 개인들이 증권사 객장으로 몰려왔죠.그러나 지난 4월에는 지수가 940포인트까지 올랐는데도 개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은 대부분 빠져나갔고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16%에 불과한 것이 우리 증시의 현주소입니다. ◇박병원 차관보=과거 20년간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내실을 다져온 것을 증시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비중이 사상 최고라는 현실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1982년 미국 다우지수가 800선이었는데 현재는 10,000을 웃돌고 있습니다. 종합주가지수가 지난 82년 130∼140이었으니,다우지수의 상승률을 감안하면 현재 1,500은 돼야 하죠.문제는 시장 자체에도 있고 증권사와 투자자에게도 있다고 봅니다. ◇최운열 교수=개인과 기관이 주식을 안 사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개인들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지나치게 위험회피적으로 변했어요. 한번 놀란 경험 때문에 위험이 있는 상품자체를 거들떠 보지도 않아요. 금융상품은 위험을 먹고 사는데 말입니다. ◇정 부국장=그렇다면 외국인은 뭘 몰라서 우리 나라 주식을 사고 있는 걸까요. ◇박 차관보=외국인은 냉정한 분석에 입각해서 산다고 봐야 합니다. 오히려 국내 투자자들이 판단력을 잃고 있어요. 외환위기로 인해 투자자들의 성향이 위험 회피형으로 급작스럽게 바뀌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우리 나라에는 상업과 공업에 대한 전통이 별로 없어요. 농본주의 국가에서 땅을 사는 것 외에는 혈관속에 투자개념이 정착돼있지 않습니다. 서양에서 15∼16세기부터 벤처 개념이 등장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정 부국장=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봐도 국내 주가 수준이 상당히 낮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황건호 회장=GDP대비 시가총액 비중을 보면 우리는 54% 수준입니다. 미국은 1백30%대이고 동남아 국가도 우리보다 높습니다. 주가수익비율(PER)의 경우 우리가 11.8배 정도인데 반해 미국은 22∼23배,홍콩은 19∼20배이죠.기관의 비중이 격감한게 주가 저평가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할 기관이 개인과 마찬가지로 리스크를 안 지려고 합니다. ◇정 부국장=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리스크 회피 분위기로 유도한 결과가 아닌가요. 기업은 부채비율을 줄여야했고 은행은 자기자본규제로 리스크를 질수 없는 구조였잖아요. ◇최 교수=경제위기 당시에는 그런 조치들이 필요했고,사회 분위기도 위험회피쪽으로 갔어요. 증권금융이 고객예탁금을 어디에 운용하는지 아십니까. 정책당국이 증시에서 들어온 돈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8조원에 달하는 예탁금을 은행에 예치토록 하고 있습니다. 은행과 증권간 역차별 문제도 심각합니다. 같은 상품인데도 은행에서 취급하면 예금보호대상이고 증권에서 팔면 보호대상이 아니죠.차별적 규제를 바로잡아야 균형성장이 가능합니다. 정부정책이 외환위기 이전보다 더 은행 중심으로 바뀐 것 같아요. ◇황 회장=은행에는 간접금융 시장을 터줘 경쟁력을 키우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자본시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증권사들은 여전히 많은 규제를 받고 있죠.은행이 구조조정을 어떻게 했습니까. 공적자금투입을 통한 정부지원으로 한 것 아닙니까. 증권은 주인이 있어서 못하고 있습니다. 은행 처럼 사업영역을 넓혀주면서 구조조정을 할수있는 증권사와 할 수 없는 증권사를 구분해줘야 합니다. ◇홍 사장=은행에는 대문을 활짝 열어주고 증권과 투신에는 쪽문만 살짝 열어둔 상황입니다. 간접투자운용업법에 있는 판매 운용 수탁 투자자문 사무관리 등 5개 업무영역 중 은행은 모든 업무를 할수 있는데 반해 증권사는 제한적 판매업무만 허용되고 있습니다. 증권사엔 장기 비과세상품도 꼭 필요하지요. ◇정 부국장=그렇다면 증시를 살리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일까요. ◇황 회장=증시의 수급기반이 무너져 있기 때문에 지금은 백약이 무효입니다. 일단 수요기반을 확충해야 합니다. 당국에 계속 요청하고 있지만 비과세 장기증권저축 상설화가 필요합니다. 저축식,적립식 상품에 대한 세제혜택을 한시적이 아니라 영구히 부여해 개인들이 장기적으로 우량주를 모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정 부국장=협회에서 투자자교육을 하고 있습니까. ◇황 회장=아직 체계화는 안됐지만 증권사 사장들이 초·중·고교를 방문해 청소년들에게 투자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할 것입니다. ◇박 차관보=학교에서부터 투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은 힘드니까 우선 경제나 사회과목을 담당하는 학교 선생님부터 방학 등을 활용해 교육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리=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