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이마트 월계점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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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할인점이 성공할 수 있을까?
비씨·KB·LG 등 3개 카드를 받지 않는 대신 가격할인을 선택한 이마트 월계점에는 22,23일 정장차림의 신사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메이저 카드 3사를 모두 거부하고 물건값을 깎아주는 흔치 않은 '이벤트'여서 유통 카드 양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다.
월계점이 개점되기 전까지만 해도 대형 3개 카드를 받지 않는 이마트의 정책은 모험으로 비쳐졌다.
불과 한달 전 이마트가 비씨카드를 받지 않기로 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많은 고객들이 항의를 했고 이에 이마트는 KB·LG카드에 대해 일단 카드를 받되 소송으로 수수료를 돌려 받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할인 이틀째인 23일까지 월계점은 큰 혼란이 없다.
일부 고객이 불평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지만 불황으로 가계사정이 어려워서인지 대부분 현금할인에 더 많은 호의를 보였다.
석계역 인근에 사는 주부 최인덕씨는 "11만원어치를 샀는데 할인액이 1천8백원이나 됐다"며 "요즘 현금을 은행에 넣어둬 봐야 이자도 별로 붙지 않는데 차량 기름값을 돌려주는 셈 아니냐"며 반가워했다.
인근 성원아파트에 사는 여은용씨는 "평소 비씨카드를 쓰는데 구매금액의 1.5%를 할인받으니 참을 만하다"고 답했다.
"수수료가 인상되면 소비자만 피해를 입게 되는 데 이 정도 불편은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고객도 있었다.
이마트는 이번 정책을 추진하면서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모든 카드사에 수수료를 2.2%로 올려주는 것보다 모든 구매고객에게 1.5% 할인해 주는 것이 비용이 더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카드사들과의 수수료 분쟁에서 가격할인이라는 강공책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다음달 초순 문을 여는 용산역점에서도 이런 정책을 시행할 방침이다.
할인점과 카드사들 간 분쟁이 어떤 양상으로 풀릴 지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할인점에서 카드를 안받을 수도 있다"는 새로운 상식이 만들어질 지 주목된다.
장규호 생활경제부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