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CEO '특허' 사령관 돼야

지금 세계 각국은 부의 원천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창조하고 활용하는 데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일본은 20세기 산업사회에 이어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도 세계 경제를 주도하기 위한 핵심전략으로 지식재산 입국(立國)을 선언하고 지식재산의 창조·보호·활용을 촉진할 정책을 개발해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오래 전부터 특허강화(Pro-patent)정책기조를 유지해온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다수의 산업재산권 출원건수에도 불구하고 원천핵심 기술이 부족해 매년 엄청난 금액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만 해도 외국 기업에 무려 36억달러를 지불했다. 반면 특허기술을 제공하고 받은 돈은 13억달러에 불과했다. 원천 특허기술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23억달러가 고스란히 유출된 셈이다. 미국의 경우 20년 전에는 특허권을 비롯한 지식재산권이 기업전체 자산의 38%에 지나지 않았으나 지금은 90%를 넘어서고 있다. 바야흐로 기업의 미래가 특허권 상표권과 같은 지식재산권에 의해 결정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특히 기업의 경우 최고경영자(CEO)가 챙길 특허경영전략이 있고,특허전담직원이 챙겨야 할 특허관리 전략이 있다. 결국 이 전략이 조화를 이뤄 소기의 성과를 이뤄내겠지만 조화 또한 CEO와 전담직원이 주어진 책무를 다할 때만이 가능하다. 우선 CEO가 챙길 특허경영전략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원천특허기술을 최대한 확보한 후 다른 기업과 특허를 서로 사용하는 협약인 크로스 라이선스(cross license)와 특허를 여러 기업이 같이 사용하는 특허풀(patent pool)이 그것이다. 크로스 라이선스는 상대에게 특허를 주는 조건으로 특허소송을 유리하게 이끌고 사용료도 낮출 수 있다. 코닥은 1976년 새로운 즉석카메라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았으나 이것이 폴라로이드의 즉석 카메라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정나 90년 9억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했다. 코닥은 1천5백만개의 제품을 회수하고 7백명의 임직원을 해고했으며 공장을 폐쇄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도 코닥은 20억달러의 기업손실을 보아야 했다. 만약 코닥이 개발한 즉석카메라 기술이 사전에 특허를 받아 놓았더라면 폴라로이드와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어 기업손실을 현저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특허를 공동 사용하는 특허풀은 1970년대 말 VTR 시장에서 얻은 교훈에서 유래한다. 당시 소니사와 빅터사는 서로 다른 VTR기술을 가지고 경쟁하고 있었다. 기술에서 우위에 있던 소니사는 특허의 공동사용에 부정적이었던 반면 빅터사는 히타치 마쓰시타 등에 자사의 특허기술을 사용해 VTR를 생산하도록 허용했다. 그 결과 빅터사의 특허기술로 생산된 VTR가 시장을 크게 점유하게 돼 결국 빅터가 소니와의 VTR 판매경쟁에서 이기게 되었다. 이후 특허풀은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전담직원의 특허 관리 전략은 또 다른 차원에서 기업 전략을 요구한다. 특허관리 전담직원은 우선 자사의 특허권을 국제적인 기술 수준과 비교 평가하고 특허 상품의 상품성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쟁사의 특허권을 조사해 보는 것도 필수적이다. 둘째,지식재산권과 관련된 국제동향을 빠짐없이 모니터링해야 한다. 나라마다 다른 특허제도의 현황,개정 내용과 특허 침해소송에 관한 판례를 지속적으로 추적해야 한다. 셋째,외국 기업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국내 기업간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넷째,각국의 특허제도에는 해당 국가 고유의 문화와 관습이 반영돼 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 법원의 특허권 해석 또는 직무발명에 대한 판단이 자국 관습과 차이가 있음을 미처 알지 못해 특허침해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가 가끔 있다. 끝으로 정부 또한 기업들이 꺼리는 기초 연구에 대한 R&D 투자를 확대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는 핵심 및 원천특허기술 확보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