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올 추석경기는] 1만~3만원대 선물세트 불티..인터넷몰도 선전

'싸지 않으면 안 팔린다.' 올 추석 경기는 취급 선물의 가격대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비교적 싼 물건을 파는 할인점과 인터넷 쇼핑몰은 그런대로 대목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다. 그러나 고가 상품 중심인 백화점은 죽을 쑤고 있다. 품질이 떨어지는 재래시장은 선물 수요가 아예 실종된 상태다. 설봉식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극심한 불황기에 맞는 이번 추석에는 싼 것을 지향하면서도 질을 함께 고려하는 가치소비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할인점은 '함박 웃음' 추석 매장을 연 지 일주일이 지난 23일 현재 백화점의 선물 판매는 작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반면 할인점들은 선물세트 판매가 최고 40% 늘었다. 1만∼3만원대 생활용품과 가공식품 세트가 매기를 주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송정호 식품매입팀장은 "올 추석 대목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바로 가격"이라며 "나름대로 실속형 선물세트를 많이 준비했지만 전반적으로 매기가 일지 않아 걱정"이라고 전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9월 초 선물세트 예약 판매에서는 좋은 실적이 나왔지만 추석에 임박해 실제 매장을 찾는 고객이 늘지 않아 지난해보다 5% 정도 판매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할인점들은 활기에 넘쳐 있다. 롯데마트 남창희 마케팅실장은 "선물세트 판매가 작년 대비 42%나 늘어났다"며 "참치 식용유 등 가공식품이 50%가량 신장했으며 작황이 좋은 청과 쪽도 80% 가까이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1만∼2만원대 선물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의외로 고객 1인당 구매액이 작년에 비해 50% 가까이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시장 그런대로 풍요 저가 실속 상품에 매기가 집중되면서 TV홈쇼핑과 인터넷몰들은 상대적으로 '대목'을 누리고 있다. LG홈쇼핑 CJ홈쇼핑 등은 올해 추석 선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옥션 인터파크 LG이숍 CJ몰 등 인터넷 쇼핑몰들은 2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품목별로는 과일세트 주문이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늘어난 반면 갈비세트는 주문량이 크게 감소했다. ◆재래시장은 대목 실종 재래시장은 '추석 대목'이라고 하기에 무색할 정도다. 국내 최대 건어물 도매시장인 '중부시장'의 진보상회 유명자씨(40)는 "전에는 대목 때마다 소매치기가 설칠 정도로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은 인적조차 드물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굴비 판매상인 대일수산 송재엽씨(51)는 "작년까지만 해도 '싼 선물 주면 주고도 욕 먹는다'면서 가격 따지는 손님이 별로 없었는데 올해는 체면 안 차리고 싼 것만 찾는다"고 말했다. 아이들 추석빔 장만에 제격인 '남대문 아동복 상가'도 사정은 마찬가지.포키아동복 상가의 한 상인은 "추석 전 새벽이면 퇴계로부터 차가 밀려 남대문 빠져 나가는 데만 1시간 걸리던 시절이 그립다"면서 "올해는 퇴계로가 마치 고속도로같이 썰렁하다"고 말했다. ◆선물 제조업체들 희비 엇갈려 생활용품 업체들의 경우 1만원대 이하의 저가 선물세트로 대목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피죤 관계자는 "매출액은 작년과 비슷하지만 1만원대 이하 저가 상품으로 작년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주류는 주종에 따라 명암이 엇갈린다. 와인 판매량은 다소 상승한 반면 위스키는 보합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가격대는 주종 구분 없이 3만원 이하대의 저가 세트가 잘 나가고 있다. 위스키업체 관계자는 "기업들의 선물 안받기 바람으로 법인 선물 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도 특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