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달러 잡아라] 오일머니 '두둑' .. 도로등 SOC 발주 '봇물'
입력
수정
중동 산유국들이 고유가 시대를 맞아 다시 '오일달러'의 위세를 과시 하고 있다.
국가 재정수입의 80~90%를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산유국은 오일달러를 발판으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대폭 확대,건설 및 플랜트 프로젝트를 쏟아내고 있다.
이른바 '제2의 중동붐'이다.
특히 각국 기업들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예상됐던 고유가 체제가 고착화될 조짐을 보이자 앞다퉈 열사의 땅으로 몰려들고 있다.
게다가 재정이 튼튼해진 중동 각국은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각종 사회보장과 보조금 지급을 대폭 증액,내수시장도 폭발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드디어 중동인들이 돈을 쓰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쏟아지는 개발 프로젝트
그 동안 주로 석유화학단지 건설 등에 집중됐던 중동 국가들의 개발 프로젝트는 최근 들어 도로 항만 철도 공항 호텔 리조트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고유가 체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산업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오만의 경우 2000년 이전만 해도 SOC 프로젝트 시장 규모가 10억달러 안팎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0년부터 가스가 신규 소득원으로 가세하고 최근 몇년간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향후 3년내 최대 85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쏟아질 대형 시장으로 변모했다.
오만 정부는 석유화학 관련 플랜트 외에도 도로 항만 호텔 등 관광 인프라 구축과 제조업 육성을 위한 담수화설비 및 발전설비 확충에 총력을 쏟고 있다.
향후 3년간 SOC 프로젝트 시장 규모가 1백50억달러로 예상되는 이란도 테헤란 지하철 건설,철강생산설비 조달,통신설비 조달 등 굵직한 프로젝트 발주가 예정돼 있다.
중동 국가의 개발붐은 재정수입 확대에 외국자본 유입이 가세하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
KOTRA 중동지역본부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오만 리비아 이란 등 5개국의 국가 재정수입은 지난해 1천5백37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2002년보다 4백억달러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올해 이들 5개국의 재정수입은 1천8백7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가별 올해 재정수입은 사우디아라비아가 9백78억달러로 가장 많고 이란(3백50억달러) 아랍에미리트(2백81억달러) 리비아(1백64억달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소비시장도 급팽창
고유가에 따른 재정수입 확대는 내수시장 확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중동 국가들이 '부유한 국가에 부유하지 않은 국민'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소비를 진작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국민들의 씀씀이가 커지면서 이들 국가에서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자동차 가전제품 휴대폰 등의 수입과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현재 중동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입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품목은 자동차와 가전제품.
지난해 40억8천만달러어치의 자동차를 수입한 오만은 올해도 49억3천만달러 규모의 자동차를 수입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올해 자동차 수입액도 작년보다 13.6% 늘어난 26억7천만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증가율이 33.3%에 달했던 한국산 자동차의 수입은 올해 42.8%나 증가할 정도다.
가전제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란의 에어컨과 냉장고 수입량도 작년보다 40∼50% 증가하고 있다.
이선인 KOTRA 중동아프리카지역본부장은 "중동에서는 원유 외에는 나오는 게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비성 내구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면서 "우리나라 수출액의 6% 정도인 중동지역 비중을 10%까지 끌어올려 중동을 브릭스(BRICs)에 이은 신흥시장으로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