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벌써부터 '대권 세몰이'
입력
수정
한나라당의 '잠룡(潛龍)'인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이 2007년 대권을 향해 전초전을 벌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둘러싼 싸움이다.
여권의 신행정수도건설 추진에 대한 대응 방식이 각자의 셈법에 따라 뚜렷한 색깔차를 드러내면서 물밑 '세몰이' 경쟁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정부가 행정수도 후보지 4곳을 발표하자 이 시장은 즉각 강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박 대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검토 과정을 거쳐 대안과 함께 결론을 내놓겠다며"며 이 시장과 다른 태도를 취했다. 여기에 손학규 경기지사가 뒤늦게 '반대' 대열에 뛰어들면서 이 시장에게 힘을 보탰다.
그러자 한나라당 내에선 즉각 이 시장 및 손 지사 지지 성향 의원들과 박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들로 나눠져 대립하고 있다.
김문수 이재오 홍준표 의원 등 상대적으로 이 시장과 손 지사쪽에 가까운 것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당 지도부에 '반대' 당론을 정할 것을 요구하며 박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에 대해 박 대표에게 우호적인 당권파들은 '대안 있는 반대'를 주장하며 이 시장,손 지사 측과 거리를 둬왔다. 최근 '관제 데모' 논란과 관련,열린우리당과 서울시가 첨예하게 갈등을 벌이고 있는데도 박 대표는 중립을 지키고 있다.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선 격렬하게 비난하면서도 한나라당 소속의 이 시장을 편들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철저한 '대권 손익 계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2일 의총에서 "정부의 수도이전 계획엔 반대하되 대안은 추후에 내겠다"고 어정쩡한 결론을 내린 것은 양측의 첨예한 대립 때문이었다.
한 당직자는 24일 "2007년 대선을 겨냥한 본격적인 대권 경쟁이 시작 되기 전 '세 확산'을 위한 물밑 싸움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당 외에도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 갈등을 대권 경쟁과 연관지어 해석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박 대표와 이 시장이 피터지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관전평을 내놨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