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각박해지는 일본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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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일본을 찾은 외국인들은 일본사회가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말한다.
빈부 격차와 치안에 문제가 없는,안정된 일본의 이미지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기자도 10여년전 첫 출장을 왔을 때나 3년전 살아봤던 일본과 '현재의 일본'과는 차이가 많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
요즘 TV를 켜면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섬뜩한 뉴스들이 너무 많다.
9월에도 생활고에 지친 20대 부부가 어린 자녀 2명을 죽였고,평소 불만을 가진 청년이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이유없이 밤에 귀가하는 노약자를 칼로 찌르는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올 6월에는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 친구를 칼로 찔러 죽인 끔찍한 일도 있었다.
몇년 전만 해도 드물었던 살인사건이 매일 발생,'치안 1등국'이라는 명성은 사라졌다.
질서를 잘 지키는 '일본인'도 줄어들었다.
도쿄 시내에는 담배꽁초가 마구 버려져 있고,교통신호를 어기는 사람도 많다.
일본인들도 사회가 달라졌음을 인정한다.
내각부가 최근 발표한 '치안여론 조사'에서도 최근 10년 사이에 '치안이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시민이 90%를 넘었다.
또 자기 주변에서 범죄가 일어날 것을 우려하는 사람도 80%에 달할 정도로 사회불안감이 팽배해 졌다.
시민들은 △경기악화 △청소년 교육 부재 △지역 연대의식 저하 △외국인 불법 체류자 증가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보통사람의 삶을 기준으로 할때 일본사회가 나쁜 쪽으로 변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불황이 10여년 이상 장기화됐고,경제 회복을 위해 사회 곳곳에 치열한 경쟁 원리가 도입되면서 삶이 그만큼 각박해졌다는 증거다.
일본사회의 급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경쟁'과 '효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효율을 높이려면 자연히 낙오자가 나오고,그 과정에서 빈부 격차나 사회 부적응자가 느는 건 불가피한 것일까.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