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 ‥ 낙관 vs 비관


'9회말에 스코어는 8-7' 증시전망을 두고 비관론자와 낙관론자 간에 벌어지고 있는 '올인 승부'가 점입가경이다.


낙관론자는 '사상최고치 경신 가능'을,비관론자는 '600대로 추락할 것'이란 극히 상반된 주장을 펴고있기 때문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게임은 낙관론자들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는 듯 했다.


8월부터 시작된 반등장세가 예상외로 강한 상승세를 지속하며 주가가 20% 이상 급등,지난 주초 850대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번 상승장은 기껏해야 820 정도일 것'이라던 비관론자들은 반등 한달만인 9월초 종합주가지수가 820선을 파죽지세로 뚫고 올라가자 부랴부랴 853고지에 마지노선을 쳤다.
"기술적 분석상 하락폭의 61.8%를 회복하는 853이 반등의 꼭지점"이라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그러나 지난 20∼22일 사흘 연속 장중 지수가 860을 넘어서는 등 '853고지의 전투'도 불리하게 돌아가자 비관론자들은 "860을 넘으면 만세(항복)를 부를 것"이라며 자포자기의 심정에 빠졌다.


바둑으로 치자면 더 이상 승부처를 찾지 못하고 돌을 거둘 시기만 재고 있던 셈이다.
하지만 '게임 끝'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낙관론자들이 샴페인을 준비하던 순간 반전이 시작됐다.


지난 22일 개장초 863까지 올랐던 지수는 1천5백억원이 넘는 대규모 프로그램매물이란 복병을 만나자 830대로 급락했다.


"펀더멘털의 개선없이 수급으로 오르는 장은 급락의 위험이 크다"는 비관론자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상황으로 돌변한 것.이제 승부는 낙관론자들이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형국이 됐다.
야구시합에 비유하자면 낙관론자들이 8회까지 8-0으로 일방적으로 리드하다 9회에 한꺼번에 7점을 내줘 관중에게는 가장 재미있는 스코어라는 8-7(일명 케네디 스코어)까지 쫓긴 격이다.


기사회생의 실마리를 찾긴 했지만 비관론자들이 갈길은 아직 멀다는 것이 중론이다.


낙관론자들도 "어차피 한번쯤 조정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해왔기 때문이다.


한 비관론자는 "주가가 조정을 보이고 있지만 800 윗선에서 조정이 마무리되면 깨끗이 패배를 인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관론의 핵심은 8월 이후의 주가상승이 5∼7월 급락에 따른 반등일 뿐이라는 주장이기 때문에 800선이 지켜진다면 증시가 저점을 높이며 상승추세로 진입했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승부는 막바지로 치달아 추석후 1∼2주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당사자들은 여전히 신념에 차 있다.


낙관론자인 대신증권 김영익 실장은 "820∼830에서 짧은 조정이 마무리돼 내년 상반기에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수가 회복되고 있고 수출도 예상외로 견조한데다 내년에 연기금 등이 투자를 확대하면 큰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비관론자의 대표주자인 교보증권 임송학 이사는 "올해 안에 전저점(720선)이 무너질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4월말 잘 나가던 주가를 급정지시킨 미국의 금리인상,중국의 성장속도 조절,유가급등 이라는 3대악재가 여전히 장세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