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일자) 성장 의지 결여된 내년도 예산안

정부가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할 내년도 예산안 규모가 올해보다 9.5% 늘어난 1백31조5천억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내년도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5%라는 낙관적 전망을 기초로 짜여졌다는 점에서 다소 팽창예산으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민 1인당 세금부담이 3백42만원에 달해 지난해보다 7.1%나 늘어나 그렇지않아도 어려운 서민 살림살이를 더욱 옥죌 것만 같아 여간 걱정이 아니다. 더구나 6조8천억원의 국채발행을 전제로 한 적자예산이란 점에서 썩 잘 짜여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극심한 내수침체를 감안하면 어느 정도의 적자편성은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세출내용을 뜯어보면 염려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복지지출에 신경쓰고 국방예산을 늘리느라 성장잠재력 확충을 도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사회복지 부문 지원예산은 올해보다 4조6천억원(14.4%)이나 증가했고 국방예산도 1조9천억원(9.9%)이 늘어나 전체 세출증가액의 60% 가까이를 이들 두 부문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불과 4천억원(1.7%)이 늘어나는데 그쳤고 빈사지경에 이른 산업 및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2천억원(-1.6%)이 줄었다. 이러고도 과연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재정이 담당해야 할 몫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출비중을 크게 늘렸다는 점이다. 늘 하는 얘기이지만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은 분배는 허상에 불과하고,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는커녕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 국회심의과정에서 재정이 경기의 조절기능을 충실히 해낼 수 있도록 세출내용을 수정보완해야 할 것이다. 불요불급한 소비성 지출을 줄이면서 성장동력 확충을 지원하는 예산을 늘려야만 중장기적 차원의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