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부총리 '화폐단위 변경' 오락가락]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4일 "현 시점에서는 화폐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 아무런 실행계획이 없고,앞으로도 상당히 긴 시간 그런 계획을 만들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리디노미네이션 공론화 시점과 관련,"경제가 편안해지고 국민들의 의구심이 없어져야 가능할 것"이라며 "지금은 그동안 진행하던 기초적인 검토도 완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경제정책을 갖고 깜짝쇼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며 갑작스레 화폐단위 변경을 추진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그러나 최근 화폐단위 변경 논란은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와 이 부총리 자신의 모호한 언급도 일조한 측면이 커 좀 더 신중하고 분명한 입장표명이 아쉬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폐개혁 논란 '이제 그만' 이 부총리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화폐단위 변경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언론이 스스로 논란을 증폭시키고 이제 와서 나한테 수습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는가. 제발 앞서 나가지 말라.뛰어난 상상력도 자제해 달라"고 주문하며 답변을 시작했다. 그는 "누누이 말했지만 (화폐단위 변경은) 중장기 과제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히 검토할 문제"라며 "예민한 문제인만큼 검토를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선 실행 계획을 갖고 있지 않고 추진할 생각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 부총리는 또 "(화폐개혁에 대해) 정치권에서 논의가 활발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순수하게 경제적 측면에서 검토될 문제"라고 못박았다. 당초 논란의 불을 지폈던 정치권에 논의 자제를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화폐개혁 논란에는 이 부총리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 부총리는 지난 10일 정례브리핑 때만 하더라도 "검토를 위한 검토는 하고 있지만 정책 차원의 검토는 아니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난 16일 국회 답변에선 "연구검토 단계를 지나 구체적 검토의 초기단계에 와 있다"고 발언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동안의 언급과 표현이 달라 정부가 '화폐단위 변경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았고,잠시 주춤했던 '화폐개혁 논란'이 다시 불붙으면서 시장의 혼란과 불안을 증폭시켰다. ◆"내년 5% 성장 가능" 이 부총리는 경제전망과 관련,"내년 경제는 건설부문이 경착륙만 하지 않는다면 내수의 기여도가 높아지면서 5% 안팎의 잠재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부총리는 또 "최근 중소기업 대출과 관련해 금융기관의 심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고 있다"며 "금융기관들이 스스로 위험관리를 통해 정상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별소비세 폐지품목이 국회에서 축소된 데 대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며 "앞으로 나머지 품목도 모두 폐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