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난해 알고도 숨겼다..국산 시안화나트륨 北반입

신경작용제 등 화학무기로 전용이 가능해 생화학무기 개발 우려가 있는 국가에 수출이 제한되는 국산 시안화나트륨이 지난해 9월 중국을 통해 북한에 대거 유입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또 지난달에도 말레이시아를 통해 북한에 한국산 시안화나트륨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정부는 제3국을 통해 북한에 한국산 시안화나트륨이 수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난해 10월께 확인하고서도 1년 넘게 숨겨온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24일 지난해 한국의 A업체가 중국 업체를 통해 북한에 1백7t의 시안화나트륨을 수출한 사실을 적발했었다고 시인했다. ▶한경 9월24일자 47판 A1면 참조 이와 함께 지난달에도 말레이시아를 통해 15t의 한국산 시안화나트륨이 북한으로 유입된 사실을 포착,말레이시아 정부와 공동 조사에 착수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시안화나트륨은 금속 도금 및 제초제 원료 등 산업용으로 널리 쓰이는 화학물질이지만 화학무기의 원료로 사용될 수 있어 생화학무기 수출통제 체제인 '호주그룹(AG)'에서 수출통제 대상품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산자부는 지난해 9월 한국산 시안화나트륨이 북한에 유입됐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지하고도 1년 넘게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자부 관계자는 "A업체를 검찰에 고발하는 과정에서 북한 유입 사실을 파악했고 검찰 수사 자체를 사실 공표로 간주했다"며 "북한이 한국산 시안화나트륨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산자부는 당시 A사를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며 이 회사 책임자는 지난 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로써 지금까지 한국산 시안화나트륨이 북한에 유입되거나 유입되기 직전 적발된 사건은 지난 5월 국내 B업체가 태국에 수출한 시안화나트륨 71t이 북한으로 재수출되려다 제지당한 것을 포함,모두 세 건으로 늘어났다. 2002년부터 올해 8월말까지 한국이 중국을 비롯 태국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10개국에 수출한 시안화나트륨은 총 14만6천46t으로 집계됐다. 한편 산자부는 국내 모 회사가 2002년 6월 원심분리기 회전체로 사용되는 밸런싱 머신 9개를 리비아에 정부 허가 없이 수출했다가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우리 정부에 통보해 적발한 사실 등 모두 4건의 전략물자 유출 사례를 공개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의 전략물자 수출 관리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