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IT유관단체 230여곳 난립..기업들 準조세로 허리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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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업체들이 2백30개나 되는 유관단체 난립으로 준조세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IT 붐' 때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IT단체들이 '거품'이 꺼진 후에도 줄지 않고 오히려 해마다 20개 안팎 늘어나 업체들에 회비 부담,협찬금 부담을 안기고 있다.
IT업계는 상당수 단체가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있으나 단체 난립에 따른 낭비가 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IT업계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유.무선통신이나 시스템통합(SI),게임 등의 사업 인.허가 및 기타 업무와 직.간접으로 관련돼 있는 IT단체는 2백30개에 달한다.
2003년 이후 생겨난 IT단체만 30개나 된다.
IT 단체 신설은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인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으나 과당경쟁 양상이 뚜렷하다.
'○○학회''○○협회''○○협의회''○○포럼''○○전문가협회''○○연합회''○○인협회''○○연구소'식으로 이름만 달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주요 IT기업의 경우 수십개 IT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해 있고,연간 수억원 내지 수십억원을 회비나 협찬금으로 내고 있다.
특히 SI업계 관련 단체가 많다. 삼성SDS의 경우 8월 말 현재 무려 63개의 유관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또 SKC&C는 53개,LGCNS 31개,현대정보기술은 25개 단체에 가입했다.
SK텔레콤의 경우 최근 2개월 간 각종 학회가 주관한 모바일 토론회,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토론회 등에 7억원 이상을 지불했다.
굵직한 것만 꼽아도 한국언론학회 2억5천만원,한국방송학회 2억5천만원,한국언론정보학회 1억원,지역언론인학회연합 7천만원 등이다.
SI업체 A사의 경우 연간 70∼80개의 협회 학회 등으로부터 가입 및 후원 요청을 받는다. 이 회사는 지난 2개월 간 ITSMF코리아 ITS코리아 ITO리더스포럼 한국위기관리협회 등으로부터 회원 가입 요청을 받았고 정보처리학회를 비롯한 15개 단체로부터 행사를 협찬해달라는 요청도 받았다.
SI업체 B사는 이달에만 정보과학회 정보산업연합회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등 3개 단체의 행사를 지원했고 10여개 단체로부터 후원 요청을 받았다.
C사는 아예 지원할 수 있는 행사를 월 2건으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이달엔 수십건의 요청을 거절하고 무역협회와 남서울대 봉사단에만 후원금을 냈다.
단체 가입 및 행사 협찬을 엄선하는 데도 부담은 만만치 않다.
지난해 삼성SDS는 3억7천만원,LGCNS는 3억5천만원을 각종 단체에 회비로 내놓았고 SKC&C는 2억3천만원을 부담했다.
유선통신업체인 KT나 하나로텔레콤의 회비 부담도 연간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선통신 3사 중 가장 작은 데이콤의 경우 지난해 1억8천만원을 지출했다.
데이콤 관계자는 "회비를 내야 하는 단체가 너무 많아 가입 단체를 줄였는 데도 비용은 3년 전에 비해 2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IT단체가 많다 보니 활동내용이 비슷한 경우도 있다.
일례로 정보통신부 산하 전자거래기술협회와 산업자원부 산하 전자거래협회는 각기 수요자 입장과 공급자 입장에서 전자거래 활성화를 꾀하고 있으나 회원사나 역할이 비슷하다.
게임산업과 관련된 20여개 단체들도 모두 △게임산업 진흥 △건전한 정보문화 창달 △회원사의 권익 보호 및 친목도모를 목표로 표방하고 있다.
IT업계는 관련 단체가 늘어 준조세 부담이 커져도 속앓이만 하고 있다.
대다수 단체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문화관광부 등 국가기관과 연결돼 있고 각종 사업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신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단체가 생겨나고 단체 간 세력확장 경쟁까지 벌어지는 바람에 회비 협찬금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라며 "비슷한 단체를 통합하는 등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태완.김동욱 기자 kimdw@hank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