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부진 .. 은행 독점부터 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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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인 심각한 투자부진 현상은 금융자산의 과도한 은행 편중에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 중심의 금융정책이 지속되면서 위험회피,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심화됐고 특히 막대한 자금이 집중되고 있는 은행의 보수적 자산운용이 자금의 선순환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전체 금융기관 자산에서 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외환위기 전인 1997년 말 38.5%에서 2004년 6월 말엔 58.6%로 급등했다.
이 기간 중 전체 금융기관 자산은 29.8% 늘어났지만 업종별로는 은행만 5백73조원에서 1천1백35조원으로 증가했고 비은행 금융기관은 9백18조원에서 8백1조원으로 오히려 크게 줄어들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 투입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은 은행권이 다른 금융업에 비해 위험 피난처로 인식돼 시중자금이 은행으로만 집중된 데 따른 결과다.
특히 다른 금융권이 전업화의 족쇄에 묶여있는 것과 달리 은행에만 겸업화가 허용된 것도 1,2금융권의 불균형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이 증권 보험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소위 금융의 수직계열화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자기자본을 공급하는 증권업과 자본시장이 황폐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실증분석 결과 경기흐름에 따라 은행 대출이 일제히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양떼 현상(herding behavior)'이 최근 들어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과 일본 은행들의 경우 자산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대인 데 비해 국내 은행들은 70%대에 달해 최근에는 경기부진을 더욱 악화시키는 쪽으로 대출자산 관리를 보수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내은행은 이자수익 비중이 높아 경기가 위축되면 자산운용도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이 같은 경영 행태에는 건전성을 위주로 하는 정부 규제정책에도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은 은행 편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전반적인 금융중개 기능이 마비되고 있는 만큼 은행과 비은행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그동안의 은행 중심 정책 기조를 포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