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일자) 4분기 경제운용의 최우선 과제

추석 연휴기간 중 지역구를 돌아본 국회의원들은 한결같이 "경제부터 살려라"라는 거센 원성에 시달렸다고 한다. 지역 구분없이 터져 나온 성난 민심은 지금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경제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에 다름아니다. 정치권과 정부가 정말 서둘러 해야 할 것이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경제에 대한 바닥 민심은 사실 심각하기 그지없다. 한국은행이 전국 30개 도시 2천3백여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3ㆍ4분기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현재 경기를 6개월 전과 비교한 경기판단 소비자동향지수는 지난 98년 3ㆍ4분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나빠졌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살림살이를 의미하는 생활형편지수도 3년9개월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향후 소비지출을 줄이겠다고 응답한 가구수가 더 많아 내수가 더욱 위축될 것임을 예고했다.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가 멀어진다면 내년 경제성장률 5%가 가능하다는 정부의 전망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수출둔화가 이미 가시화되기 시작한데다 설상가상으로 고유가가 올 4ㆍ4분기는 물론이고 내년 우리 경제의 최대 악재로 부상할 조짐인 점까지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이대로 간다면 내년 성장률은 5%는커녕 3%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국내외 기관들의 비관적인 전망이 오히려 현실화될 공산이 훨씬 커보인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정치권과 정부다. 정치권은 수도이전, 국보법 폐지, 과거사 정리 등 온갖 정치적 쟁점만 양산해 내고 있다. 정부 역시 심각한 민생 현장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낙관론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모두 경제회생에 올인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민심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모습이다. 더 늦기전에 정치권과 정부는 합심해 국민들에게 경제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주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4ㆍ4분기 경제정책 운용은 대단히 중요하다. 올 한해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법 제도 정책 등 모든 측면에서 내년을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이제 더이상 경제주체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해선 안된다. 내년에라도 국민들이 우리 경제에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재정확대와 감세정책을 뛰어넘는 보다 과감한 내수진작과 기업투자 활성화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 경제의 성장력을 근본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특히 서둘러야 할 것은 기업활력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대통령도 러시아 방문 때 "기업이 곧 나라"라고 말했지만 투자 생산 고용 소득 등 모든 것이 기업활력에 달린 것이고 보면 이 보다 더 중요한 것도 없다. 문제는 실천이다. 기업활력을 회복시키는 일이라면 더 이상 우물쭈물하며 시간을 놓쳐서는 안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기업활력을 저해할 소지가 큰 법조항들은 폐기하고 여타의 규제도 과감히 풀어 깨끗이 매듭짓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