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식욕 대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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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이 주식시장에서 강력한 매수주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전격 인하한 지난 8월12일 이후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연.기금은 갈수록 '식욕'이 왕성해지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연.기금의 대표적인 자금운용 수단이었던 채권금리가 연3%대로 주저앉은 상황이어서 이들의 '주식 사모으기'가 연말은 물론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큰손'으로 급부상한 연·기금
30일 거래소시장에서 연·기금은 1백87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로써 9월중 지난 10일(2백53억원 순매도) 단 하루를 제외하곤 모두 주식을 사들인 셈이다.
9월 한달 동안 순매수 금액은 5천2백억원을 넘어섰다.
월간기준으로 지난 99년 이후 최대 규모다.
연·기금은 지난 5월 2천5백78억원을 순매도한 뒤 6월 2백85억원 순매수,7월 1천2백74억원의 매도 우위 등 방향성없는 엇갈린 매매패턴을 보여왔다.
그러다가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하한 지난 8월12일 6백94억원의 매수우위를 보인 것을 계기로 한달 반 가량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연초 이후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산 기관투자가는 연·기금(6천억원)이 유일하다.
◆연·기금의 주식매입 이유
크게 세가지가 꼽힌다.
우선 연·기금 중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의 '정기적인 자금집행'이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온기선 국민연금 투자전략팀장은 "올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예정금액은 2조8천억원"이라며 "시장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매달 2천억∼2천5백억원 가량 주식을 사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 팀장은 "연말까지 남은 석달 동안에도 매달 이 수준에서 주식을 살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둘째, 인덱스펀드 형태로 운용되는 연·기금의 '주식 교체 수요'다.
지난 4월∼5월말 극심한 백워데이션(선물가격이 현물가격을 밑도는 현상)이 발생하자 연·기금의 인덱스펀드는 주식을 팔고 상대적으로 싼 선물을 매수했었다.
그러나 이달들어 백워데이션 현상이 사라지자 연·기금들은 선물을 다시 주식으로 교체하고 있다.
국민연금만 해도 이달 들어 이같은 이유로 1천억원 넘게 주식을 샀다.
마지막으로 채권금리 하락으로 연·기금이 자금의 일부를 채권에서 주식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김경태 사학연금 주식운용팀 과장은 "채권금리가 연3% 중반으로 떨어지면서 연·기금과 보험사 등 기관들이 채권을 위주로 했던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어도 내년까지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채권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기금들이 자산의 일정 부분을 채권에서 주식쪽으로 옮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매수세 지속될 듯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초저금리 상황에서 앞으로 투신사 등에게 위탁운용을 했던 연·기금 투자자금의 만기가 돌아와 재투자가 될 때는 채권보다는 주식투자 비중이 약간이라도 늘게 될 것"이라며 "내년까지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은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기획예산처가 최근 국무회의에 보고한 2005년 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국내 연·기금의 여유자금 중 채권투자액은 올해(53조6천억원)보다 1조6천억원 감소하는 반면,주식투자액은 올해(4조7천억원)보다 8천억원 증가한 5조5천억원으로 예상된다.
기금관리기본법이 올해 국회를 통과하면 주식투자 금액이 이보다 더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학연금 김경태 과장은 "다만 연·기금의 주식투자는 종합주가지수가 850선을 넘어서는 수준에서는 눈에 띄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