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안타까비'와 경제 ‥ 윤성갑 <아경산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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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마음으로 고향 가는 열차를 타니 자리에 한 장의 편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라의 경제를 맡고 있는 경제부총리로서 이번 추석을 앞두고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다음 추석에는 국민 모두가 더 큰 선물 꾸러미를 들고 고향을 찾으며 올해의 어려웠던 살림을 추억처럼 얘기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국민들에게 보내는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진솔한 편지를 읽으면서 "추억처럼 이야기할 수 있게 하겠다"는 1년 후 약속이 반갑기도 했고,한편으론 걱정도 됐다.
그러나 '추억처럼'이 불후의 명작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바로 우리 모두의 소망 아니겠는가.
사실 이 편지에는 국민들이 읽기보다는 정치권이 읽고 느껴야 할 대목이 많았다.
작금 경제불황은 정치권의 대치국면에서 야기돼 사회 모든 분야에서 공존의 틀이 깨진 것이 그 원인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주 회자되고 있는 '경제는 심리'라는 말도 실상 국민들의 분노를 정확하게 간파하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반항심리가 실려 있다.
모처럼 찾은 고향의 가을 들녘은 내게 평화와 고요함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귀향의원들은 아마 추석민심에 큰 충격을 받고 민생 복구가 최우선 과제임을 느꼈을 것이다.
추석연휴 3일 동안 다짐한 것이라 해 작심삼일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돌이켜 보건대 5,6공 때에도 사회 갈등이 고조돼 민생이 어려울 때마다,가야산 백련암에서 바위처럼 앉아 계시던 성철 종정스님의 법문 한마디와 김수환 추기경의 인간,진리,양심의 강론에 위정자들도 순응하고 변화를 모색했다.
군사정권 시절부터 나라를 지켜온 양심의 소리들이 근래 2분법의 논쟁 속에 메아리로 맴돌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옛날 안진사댁에는 '타까비'란 딸이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어쩌다 궁녀가 돼 임금님의 총애를 한몸에 받게 되자 언로를 차단하고 임금님의 마음을 내세워 호가호위하다 화를 자초했다.
세인들은 그녀를 두고 "안타깝다! 안타깝다!"고 했다고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기회주의 처세에 능했던 '안타까비'가 오늘날 다시 등장해 경제가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일본 긴자 마담이 쓴 책 '성공하는 남자'를 보면 논쟁을 좋아하는 사람은 사업에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내년 추석에는 더 큰 선물 꾸러미를 들고 고향을 찾을 수 있도록,이젠 안타까비도 멀리하고 논쟁도 끝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