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집 그맛] 청담동 '이용복 크래버'… 속이 꽉찬 '별미 킹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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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차려내는 음식이 맛있으면 모두 '대박집'이 될 수 있을까.
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그 집 주메뉴의 맛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다.
그러나 요리가 맛있다고 하더라도 그 맛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날은 맛있고 어떤 날은 입맛을 버릴 정도라면 그건 맛있는 집이라고 할 수 없다.
맛의 편차를 없애기 위해서는 늘 같은 재료를 써야 하며 주인 자신이 맛을 내는 비결을 갖고 있어야 하다.
주인이 카운터에 앉아 돈계산만 한다면 주방장이 바뀔 때마다 달라진 맛의 음식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최근 오픈한 킹크랩 전문점 '이용복 크래버'는 이런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사장인 이용복씨(34)는 원래 철판요리로 돈을 벌었다고 한다.
그러다 '킹크랩'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바로 킹크랩 전문점을 차릴 수 있을 만큼 자금이 충분했지만 시중의 유명한 킹크랩 전문점에서 월 80만원의 주방보조 생활을 자처했다.
그렇게 2년을 밑바닥부터 배우고 나와 자신의 킹크랩 전문점을 차렸다.
이 사장은 킹크랩 공급물량이 조만간 달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킹크랩을 수입하는 업체와 손잡고 러시아 선박에 공동 투자,필요한 물량을 미리 확보하는 작업을 마쳤다.
일단 물량을 확보한 이 사장은 킹크랩 요리의 핵심인 '찌는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이 사장은 "킹크랩은 찔 때는 스팀이 많이 새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뚜껑을 무거운 것으로 바꾸고 호스로 된 이음새 부분을 동관으로 교체한 스팀기를 개발한 이유가 거기 있다"고 말했다.
킹크랩은 보통 1인분에 6백∼7백g이 적당하다.
4명이면 한 마리(2.5∼3kg)를 주문하면 된다.
이 집의 킹크랩 요리는 1kg에 10만원이니까 1명당 6∼7만원 꼴이다.
전채요리로 연어말이,단호박죽(전복죽),샐러드 등이 나온 뒤 광어 농어 전복 도미가 담긴 회가 한 접시 나온다.
일식집 주방장 출신들이 내놓는 것으로 싱싱하고 맛도 좋다.
문어 주꾸미 개불 멍게 가리비 등의 모둠 해산물까지 상에 오르면 일식 집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이어 김이 모락모락나는 킹크랩이 나온다.
어찌나 살이 꽉 차 있는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등딱지 안의 하얀 내장에 발라낸 게살을 찍어 먹으면 좋다.
내장은 나중에 날치알을 넣어 밥을 비벼먹기도 한다.
중간에 얼큰한 대게탕이 나와 입맛을 살려준다.
게장비빔밥은 김에 싼 뒤 김치를 얹어 먹으면 일품이다.
식당 앞의 대형 수조 안에 있는 80년된 킹크랩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02)548-1266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