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펀드 '개점휴업'.."IT경기 불안...당분간 두고보자"

코스닥시장에 주로 투자해온 외국계 펀드들이 9월 들어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7월 이후 투자종목의 지분율을 잇따라 5% 미만으로 낮추더니 9월 들어 추가 매수를 꺼리는 분위기가 완연하다. 전문가들은 IT(정보기술)업황 둔화로 코스닥 관련 부품주에 대한 투자가 부담스러워진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외국계 펀드의 코스닥 투자 위축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외국계,보유지분 축소 잇따라 영국계 펀드인 아틀란티스코리안스몰러컴퍼니즈 펀드는 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가장 활동이 활발한 펀드 중 하나. 그동안 서울반도체 세진티에스 태산엘시디 등 다양한 기업에 투자해왔다. 하지만 지난 7월부터 이들 기업에 대한 지분율을 잇따라 5% 미만으로 낮추더니 9월 이후는 단 한건의 지분율 변동신고도 하지 않았다. 대량매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펀드는 태광과 토필드 오성엘에스티 등도 5% 이상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달부터 매매를 자제하고 있다. 지분율 5% 이상의 경우 변동공시가 의무사항이지만 5% 미만은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 업계에서는 해당 주식의 상당 부분이 이미 추가 매각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계 투자회사인 재팬롱숏케이맨파트너스도 매매패턴이 비슷하다. 지난 7월 예당과 세코닉스에 대한 지분율을 각각 9.00%에서 4.96%로,5,46%에서 4.33%로 낮췄고 8월에는 기륭전자 지분율을 5% 미만으로 줄였다. 9월 들어서는 지분율 변동 공시가 한건도 없었다. 이 펀드가 올 들어 코스닥 기업에 대한 매매공시를 하지 않은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아리사이그코리아펀드도 지난 8월 크로바하이텍과 아이레보 등의 지분을 5% 미만으로 낮춘 뒤 9월부터 관망세로 돌입했다. OCM이머징마켓펀드는 대진디엠피와 인터플렉스 등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종목에 대한 추가 매수를 지난 8월부터 중단했다. ◆당분간 IT종목 투자 자제할 듯 증권업계는 최근의 상승장에도 불구하고 외국계펀드들이 코스닥 투자를 꺼리는 것은 IT경기에 대한 불안감의 반영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CLSA증권 김기수 전무는 "외국계펀드들이 올 들어 IT부품주를 중심으로 투자해왔다"며 "하지만 최근 휴대폰,LCD 등 전방산업 업황이 둔화되자 이 부문 부품주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권사의 다른 애널리스트도 "일부 코스닥종목의 경우 그동안 낙폭이 커 외국인이 쉽게 빠져나가지는 못하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매수나 매도 없이 관망입장을 견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