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자동화 업체 케이디티시스템즈 "은행대출 사양합니다"

중소기업이 은행대출을 받지 못해 아우성이다. 정부마저 은행에 대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라고 권유할 정도다. 이런 가운데 창업 이후 6년간 단 한번도 은행대출을 받아본 적이 없는 기업이 있다. 경기 용인에 있는 케이디티시스템즈(대표 안재봉)는 지난 98년 5월 창업 이후 현재까지 금융회사에 빚을 진 일이 전혀 없다. 이 회사의 안재봉 대표는 "거래 은행에서 대출 좀 해가라고 사정하지만 자체자금으로도 운영비 조달이 충분해 은행돈을 빌릴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어떻게 이 회사는 대출 없이 사업을 해나가고 있을까. 공장자동화시스템을 생산하는 케이디티는 경영전략 자체가 일반 중소기업과는 다르다. 고급 주택처럼 생긴 이 회사의 1층 공장 안엔 근무자가 1명뿐이다. 나머지 40명은 2층 기술연구실에서 근무한다. 제조업체인데도 45명의 종업원 중 40명이 연구실에서 일한다. 또 연간 매출의 20%를 기술개발에 투자한다. 덕분에 매년 신기술을 10개 이상 개발한다. 올해도 PDA를 가지고 공장을 원격 관리할 수 있는 자동화 모니터링시스템 등 8개 신기술을 개발했다. 이같은 신기술을 계속 내놓는 바람에 공장자동화를 통해 인력수요를 줄이기를 원하는 기업들의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의 1백억원보다 40% 늘어난 1백40억원을 올릴 전망이다. 당기순이익도 매년 2억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연세대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기술로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 강의를 하다가 LG산전 연구소에서 이사로 근무하면서 국내 최초로 PLC를 개발해낸 안 대표는 "터치모니터링 기술은 최고기술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한다. 이 회사는 자사 제품과 솔루션에 대해 '고가정책'을 편다. 케이디티의 중소기업 자동화소프트웨어는 CD 한장이 5백만원에 팔린다. 보통 자동화시스템 업체들은 △소프트웨어 개발 △모니터 생산 △PLC 제조 가운데 한 가지만 선택하는 데 비해 이 회사는 중소기업이지만 자동화 전과정을 생산한다. 케이디티는 이런 독특한 전략으로 은행돈을 한푼도 빌리지 않고서도 앞서가는 혁신기술기업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