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레이더] 세입자가 전셋집 경매신청 봇물

서울 당산동에 사는 신 모씨(38)는 최근 자신이 살고 있는 전셋집에 대해 강제경매를 신청했다. 임대보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이겼지만 집주인이 줄 돈이 없다며 1년 이상 버텼기 때문이다. 집 주인도 집이 팔리지 않는데다 전세가를 낮춰도 새 세입자를 구할 수 없어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강제경매를 신청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주택 소유주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심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3일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8월까지 주택 세입자의 경매신청 건수는 총 1천8백86건으로,작년 같은 기간의 1천5백98건보다 14.3%(2백28건) 증가했다. 특히 최근들어 6월 2백29건,7월 2백49건,8월 2백67건 등 가파른 상승세다. ◆연립 등 서민 전셋집 경매 급증 세입자가 신청하는 전셋집 경매 가운데 특히 급증하고 있는 물건은 연립주택과 다세대 등 등 주로 서민용 주택이다. 올들어 지난 8월까지 연립주택에 전세를 살고 있는 세입자의 경매신청 건수는 총 1백46건으로,작년 같은 기간(91건)보다 무려 60.4%나 늘었다. 같은 기간 아파트에 거주하는 세입자의 경매신청 건수 증가율(22.6%)의 3배에 가깝다. 세입자의 전셋집 경매신청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이들 물건에 대한 낙찰률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낙찰받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월 34%에 달했던 낙찰률은 6월 28.8%,8월 28% 등으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낙찰가율(낙찰가÷감정가)도 작년 1∼8월 평균 76.2%에서 올해 같은 기간 70.7%로 하락했다. ◆8월 전국 경매건수 4만건 돌파 전국 경매신청 건수 자체도 크게 늘고 있다. 올들어 8월까지 중앙 및 지방법원에 나온 경매물건 수는 총 29만98건으로,작년 같은기간의 19만7천2백32건보다 47.1%나 늘었다. 월별로 보면 지난 1월 3만32건,4월 3만5천2백44건,7월 3만8천5백29건 등을 보이다 8월 처음으로 4만8백76건으로 월 4만건을 돌파했다. 낙찰률과 낙찰가율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낙찰률은 지난 2002년 1∼8월 평균 30.2%,작년 같은 기간 28.6%,올해 같은 기간 28.2% 등으로 낮아지고 있다. 낙찰가율 역시 각각 71%,72%,68% 등으로 하락세다. 특히 지난 8월의 낙찰가율은 올들어 가장 낮은 65%를 기록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