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대란 오나] 高유가 고착화…5%성장 '가물가물'

최근 유가 상승에 대해 일시적인 수급불안 요인으로 인한 '유가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유류 소비가 늘어나는 동절기를 앞두고 있어 유가가 추가 상승과 함께 배럴당 50달러(WTI기준) 이상에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률 5% 달성 물건너 가나 최근 국내외 기관들이 올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음에도 불구,정부는 5%대 성장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5%대 성장은 힘들 것이라는 진단이다. 정부는 연초 국제유가가 국내 원유 수입물량의 80%에 육박하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24달러를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경제운용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달 말까지 국제유가는 배럴당 평균 32.9달러를 기록,이미 예상치를 9달러나 넘어섰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4분기 평균 37∼38달러를 넘으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할 경우 국내 경제성장률은 약 0.1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정부의 당초 예상치 보다 7달러 정도만 높아져도 성장률은 1%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일자리 10만개가 사라지기 때문에 정부가 올해 목표로 한 일자리 40만개 창출에도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일자리가 생기지 않으면 실업자가 양산돼 '개인소득 감소→소비 부진→기업실적 악화→투자 감소'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정부는 그러나 유가 상승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어 속만 태우고 있다. 이승우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유가 상승에 따른 정부대책은 특별한 게 없으며 더 이상 오르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38달러를 넘으면 올해 성장률이 4.9%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고조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대로 억제한다는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도 위협받고 있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4%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성장률은 하락하는데 물가는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우선 국내 유류가격 상승과 각종 공산품 가격을 상승시켜 소비자들의 생활에 상당한 부담으로 연결된다. 유류가격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가스업체인 E1은 1일부터 LPG(액화석유가스) 공급가격을 ㎏당 38원 인상했고,LG칼텍스정유도 지난달 30일부터 석유제품의 공장도 가격을 ℓ당 10∼18원 올렸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