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실버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쓴 시인이 있었다. 과연 그런가. 인생이라는 포물선의 꼭지점은 남녀 직업 평균수명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노인에 대한 시각도 마찬가지다. 10대에게 마흔살은 노인일 수 있다. 평균수명이 52.4세이던 1960년 회갑이면 분명 노인이었지만,76.5세인 오늘날의 사정은 영 딴판이다. 노인의 기준은 모호하다. 유전적 요인과 섭생,살아온 환경,운동 여부에 따라 신체적 건강 차이가 커 같은 60세라도 누구는 청년같고 누구는 할아버지같기 때문이다. 아프거나 신경쓰면 빨리 늙고,은퇴하면 급속히 쇠약해진다고도 한다. 어떻든 노인복지법의 수혜연령은 65세,나이들었다고 일에서 밀려나는 노인연령은 60세 미만이다. 노년세대를 지칭해온 '실버'라는 용어가 법안 등 공식 서류에서 퇴출된다는 소식이다. 대한은퇴자협회의 건의에 따라 실버산업 대신 '고령자 관련산업'이나 '고령 친화적 신산업'으로 바뀐다는 얘기다. 1970년대 말 일본에서 생겼다는 실버는 흔히 흰 머리를 미화한 말로 여겨져왔는데 실은 탄광을 뜻하는 은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용어의 이미지는 무시하기 어렵다. 필요한 물건도 실버용품이라고 하면 사기 꺼려진다고도 한다. 노인임을 인정하기 싫다는 것이다. 일본에선 실버세대 대신 오팔(OPAL,Old People with Active Life)족이라는 말도 생겼다. 머리 희끗희끗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현역으로 일하고 소비주도권도 행사하기 때문이다. 실버라는 말에 거부감을 지니는 건 실버가 지닌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곧 노인이란 쓸모없고 불필요한 존재라는 생각 탓일 수 있다. 그러나 노인이 무력해지는 이유는 일거리가 없기 때문인 수가 많다. 은(銀)은 한때 금보다 귀중했고 지금도 금속 중 최고의 전기전도체로 자동장치,로켓,잠수함,통신신호기기같은 모든 기기의 접속장치에 쓰인다. 2026년이면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20%에 달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고 걱정만 할 게 아니라 노년층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보면 어떨까. 평균수명은 1백20세를 향해 간다는데 언제까지 60세도 안돼 늙었으니 그만 쉬라며 내쫓을 건지도 생각해보고.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