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학 손잡고 '맞춤 인재' 육성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기업이 직접 육성한다.' 인재육성을 경영목표의 최우선 과제로 정한 가운데 기업들이 직접 대학 교육과정에 참여,필요한 우수인력을 육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들은 지금까지의 '단순 신규인력 수요자'에서 '적극적인 인력 창출자'로 역할을 강화해 필요 인력을 선점할 수 있다. 대학들도 극심한 취업난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 교육 모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교육부와 전경련도 지난 9월 초 산학협력을 위한 공동협약서를 체결하고 기업이 바라는 대학 교과과정 개발 등 구체적인 산학협력 사업을 물색하기 위한 실무지원팀을 구성했다. ◆산·학 힘모아 인재육성 나선다=4일 교육계와 업계에 따르면 고려대는 내년부터 대학원생을 기업이 직접 선발하고 석사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주문식 교육과정'을 도입키로 LG전자와 합의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학교 측이 추천한 대학원 진학지망자를 대상으로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학생을 직접 뽑은 뒤 학비 전액면제와 생활비를 지원하며 선발학생은 석사학위 취득 후 해당기업에 취업해 일할 수 있다. LG전자는 또 자신들이 원하는 교수가 특정 강의를 맡도록 결정할 수 있고 자사의 최고경영자(CEO)급 인사들도 계약교수로 실무를 가르칠 수 있다. LG전자는 지난 9월 초 아주대와 함께 재학생 중 우수인재를 선발,LG전자 현장에서 근무하는 6개월 과정의 장기 인턴십 과정에 참여시키고 향후 LG전자 취업시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도 영남대와 공동으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계약학과'를 올 2학기부터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직원만을 위해 기존 학과와는 별도로 영어영문과와 일어일문과 중어중문과를 계약학과로 설치 운영하는 것. 영남대는 또 교직원들을 삼성전자 구미공장에 파견해 현장실습 위주의 수업을 강화하는 한편 삼성전자 임직원을 겸임교수 등으로 활용해 이론위주에서 벗어나 실무 교육에 치중한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도 지난 2월부터 수요자 중심교육을 골자로 한 '경북대-만도트랙' 신(新)산학협력 협약식을 갖고 올 봄학기부터 경북대 기계공학부와 전자전기컴퓨터 학부에 자동차 섀시 및 차량동력학,만도프로젝트 실습 등 5개 과목을 신설,운영 중이다. ◆지역 산업특성 살린 교육 프로그램도 등장=각 지역의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한 '합종연횡'식 프로그램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산·경남지역 기업과 대학들이 대표적이다. 한진중공업은 부산의 동의공업대,경남정보대와 산학협력을 맺고 주문식 교육을 위한 '특별반'(40명 내외)을 운영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관련부서 부장들이 이들 대학의 강단에서 조선설계 조선공학 등을 가르친 뒤 과목 이수 학생들에게 취업 우선권을 주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대와 기아자동차도 동의공업대와 지난 2001년부터 산학협동을 맺고 자동차과 학생 20명으로 특별반을 구성,주문식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스웨덴 볼보트럭코퍼레이션의 한국 내 투자 법인인 볼보트럭코리아는 2002년 경남정보대에 '볼보트럭코리아반'을 개설,임직원 2명을 해마다 파견해 정비와 장비관련 실무를 강의하고 있다. 볼보는 올해 볼보트럭코리아반 졸업생 가운데 7명을 선발했다. 광주·전남의 경우 이동통신·디스플레이 핵심부품 생산업체인 LG이노텍과 전남대의 공동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LG이노텍과 전남대는 지난달 10일 산학협력 조인식을 갖고,전남대 내에 'LG이노텍 연구개발지원센터'를 설립키로 했다. LG이노텍은 이 센터에 올해부터 5년 간 10억원의 연구비와 2년 간 1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고,전남대는 LG이노텍이 필요로 하는 핵심 전자부품에 관한 애로기술 및 신기술을 연구개발하게 된다. 대전=백창현.부산=김태현.광주=최성국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