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빈 부회장 체제 강화

롯데가 2세 경영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롯데는 4일 그룹 전반을 관장하는 롯데호텔 정책본부 본부장에 신격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49)을 임명했다. 부본부장에는 김병일 롯데호텔 사장(61)을 선임했고 신격호 회장의 5촌 조카이자 신 부회장의 6촌형인 신동인 롯데쇼핑 사장(58)은 정책본부 국제부문 담당으로 임명됐다. 이같은 인사는 신 회장이 3일 일본으로 출국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호텔 정책본부는 그룹 구조조정본부 역할을 해 오던 기존 경영관리본부를 대체한 조직으로 제2 롯데월드 건설 등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그룹 주요정책과 계열사간 중복투자 방지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국제부문을 맡은 신 사장은 러시아의 백화점·호텔사업,중국의 테마파크 사업,인도의 제과사업 등 해외사업 전반을 맡게 된다고 롯데는 설명했다. 이번 인사로 신 부회장은 전 계열사를 장악하게 됐다는 게 그룹 안팎의 평가다. 그동안 계열사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해 오던 신동인 사장은 그룹의 해외업무를 담당하는 반면 신 부회장은 정책본부장으로서 그룹 전반의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는 신 회장의 확고한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롯데 관계자는 전했다. 롯데 관계자는 "최근 신 부회장이 롯데제과 호남석유화학 등 주력 계열사 대표를 맡았으나 계열사 대표로서 그룹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이번 인사로 신 부회장은 그룹의 모든 계열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롯데는 이로써 신 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이 일본롯데를,차남인 신동빈 부회장이 한국롯데를 맡을 2세 경영인으로 후계 구도를 확고히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아오야마대 경제학부와 미국 컬럼비아대 MBA를 졸업한 신 부회장은 일본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롯데에 들어와 경영수업을 쌓기 시작했다. 그는 올해 호남석유화학 대표로 취임하면서 KP케미칼(옛 고합) 인수와 중국 진출을 진두지휘하는 등 그룹 사세를 확장하는 데 앞장서 왔다. 2001년 전경련 부회장에 선임돼 재계 대표들이 참여하는 각종 회의에 참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순방에 동행하는 등 대외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거화취실(去華就實·화려하게 포장하는 것을 멀리하고 내면적으로 실익을 챙긴다)'을 좌우명으로 삼을 정도로 신 회장의 내실경영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