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여야 신경전뿐인 국감

5일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국회 교육위원회의 국정감사는 지루한 소모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지난 4일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이 제기했던 '고등학생의 절반 정도가 보고 있는 금성출판사의 국사 교과서가 친북·반미·반기업적이다'라는 지적과 관련한 논란이 서울시교육청 국감에서도 이어졌다. 교육위원들은 국감이 시작되자마자 '교과서 논란'을 검증하기 위한 증인 및 참고인 문제를 놓고 고성을 주고받았다. 그러자 위원장은 오전 11시께 정회를 선언했다. 여야 교육위 간사는 국감 진행방안을 놓고 오후 4시가 넘도록 협의만 계속했다. 가까스로 다시 회의가 시작됐지만 의사진행 발언으로 시간만 보내다가 오후 7시40분께야 국감을 시작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권 의원의 주장에 대해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내용이 친미 반북으로 일관하고 있는 양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과 기획실장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해 즉각적인 답변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검증되지 않은 역사관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는 것은 잘못이라는 권 의원의 주장은 존중돼야 한다"며 "교육부 확인감사 때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절차를 거쳐 조사하자"고 반박했다. 교육청 국감이 소모적 논쟁으로 변질되자 당장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경기도 안양 백영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인터넷이 발달해 다양한 논조의 근·현대사를 모두 접할 수 있는 학생들이 교과서의 해석에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 의문"이라며 "소모적인 논쟁을 할 시간에 학생들의 교육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생산적인 대안을 논하라"고 주문했다. 반면 시 교육청 공무원들은 얼굴에 희색이 가득했다. 웃음의 의미를 묻는 기자에게 한 교육청 관계자는 "신임 공정택 교육감의 교육정책과 관련해 강도 높은 검증의 시간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국감이 여야간 신경전으로 변질돼 한시름 놓았다"고 털어놨다. 부실 국감이 서울 교육행정의 퇴보로 이어질 것만 같아 씁쓸하다. 송형석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