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일터] <대상> LG석유화학 .. "배우자도 사원"…한가족 경영


김반석 LG석유화학 사장은 종종 "우리 회사는 사원이 1천명이 넘는다"고 말한다.


이 회사의 정식 사원수는 5백65명.하지만 LG석유화학에선 사원의 배우자들에게도 사원증을 지급하고 있다.
배우자들을 '준사원'으로 대접,직장에 대한 소속감을 가족들에게까지 확산시키겠다는 생각에서다.


혹여 이들 준사원을 '무늬만 사원'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실제 사원에 준해 다양한 비공식 활동에 참가하고 직접 기획도 한다.
지난 4월11일 이 회사 임직원 부인들은 보성 차밭을 다녀왔다.


공장장이 1년에 한차례 주관하는 부인 볼링대회는 올해로 벌써 4회째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가족동반 영화 관람이나 부모 자녀들의 공장 견학 등은 사원과 준사원들이 함께 짜낸 아이디어다.
LG석유화학의 독특한 '가족중시 경영'이다.


김반석 사장은 매월 2∼3회 여수공장을 방문한다.


그러면서도 업무 보고를 받지는 않는다.
사원과의 대화가 주된 목적이다.


김 사장은 40분씩 진행되는 1대1 미팅을 2002년부터 시행해오고 있다.


김 사장은 회사의 비전과 공유 가치를 전파하는 대신 직원들로부터 고충을 듣는다.


경영자와 직원간 '대화 경영'이 '훌륭한 일터'를 만든다는 김 사장의 신념은 중간 간부진까지 확산돼 LG석화는 공장장과 각 부문장이 월 1회 사원과의 대화,월1회 전체사원 대상 경영실적 설명회를 실시하고 있다.


김 사장의 '대화 경영'은 '현장중시 경영'으로 이어진다.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의 전제가 되는 상호 신뢰를 쌓기 위해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 한 토막.


지난 상반기 어느 날의 일이다.


김 사장은 여수공장에서 '기피 1호' 시설물인 폐수처리 공정을 찾았다.


폐수가 풍기는 악취로 생산 직원들의 민원이 집중됐지만 누구 하나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던 곳이다.


김 사장은 "사장 책상과 생산팀장 책상을 갖다놓고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근무하면 고쳐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결국 고민이 집중됐고 해법이 나왔다.


이같은 '대화 경영'과 '현장 경영' '가족중시 경영'은 '노사간 신뢰'라는 결실로 나타났다.


여천화학단지는 올 여름 유난히도 힘든 노사문제를 겪었다.


LG석유화학도 예외가 아니어서 파업할지 모르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간 노사가 함께 쌓아온 신뢰의 힘이었다고 회사측은 말한다.


이제 훌륭한 일터(GWP)라는 단어는 LG석유화학 직원들 간에는 통상어가 돼버렸다.


심지어 회식 자리에서 건배하면서도 '훌륭한 일터를 위하여'를 외친다.
LG석유화학이 올해 사상 최대인 2천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기대하는 것도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