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삼성생명 주식증여 탈세 근거없다

李晩雨 삼성자동차 부실책임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이 금융기관에 증여한 삼성생명 주식에 대한 탈세시비가 재연됐다. 국세청 국정감사장에서 한 야당의원은 이 회장과 에버랜드에 대한 과세특혜를 들고 나왔다. 또 삼성생명 주식을 재평가해 금융회사에 세금을 추징하면 결과적으로는 삼성을 돕는 일이란 비난도 제기됐다. 벌써 5년이나 지난 일이라 정확한 사건 파악이 안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국세청이 왜 삼성그룹의 수호자가 됐는지 의구심을 갖게 됐다. 삼성자동차는 삼성불패의 신화가 깨진 삼성그룹으로서는 통탄을 금할 수 없는 투자실패 사례다. 삼성자동차는 삼성전자가 대주주로 설립한 것이며 이 회장이 개인적으로 투자한 것은 아니다. 삼성자동차가 성공해 큰 이익을 얻었다면 결국 삼성전자의 주주들이 이익을 나눠 갖게 된다. 따라서 실패에 따른 손실도 삼성전자 주주들이 나누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삼성자동차는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주주들은 유한책임만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고 돈을 빌려준 채권단이 대출금을 떼이게 돼 있다. 만약 당시 삼성자동차가 분식회계를 했다든지 비자금을 조성해 뇌물을 뿌렸다가 적발됐더라면 경영진이 개인적인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불법행위가 없었다면 추가적인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주식회사제도를 존립기반으로 하는 시장경제 원리다. 어쨌든 당시 사회분위기의 압박감에 따라 이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을 채권은행에 증여했다. 삼성생명 주식의 증여가 이루어지자 이 회장과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주식을 매집하는 과정에서 증여세를 포탈했다는 주장이 시민단체에 의해 제기됐다. 필자는 당시의 세법규정상 탈세가 아님을 한국경제신문 시론(1999년 7월8일자)에서 밝힌 바 있으며 그 이후 어느 누구로부터도 이러한 주장에 대한 반대의견을 들은 바 없다. 삼성생명 주식을 매수한 에버랜드는 법인으로서 증여세의 과세대상이 아니다. 에버랜드가 주식을 저가로 매입했더라도 이를 처분해 이익을 실현해야만 법인세가 과세된다. 특수관계가 있는 개인으로부터 유가증권을 저가양수한 경우에만 당해연도에 법인세를 부담하게 된다. 이 회장의 경우에도 증여세 과세대상이 되려면 취득시점에 있어서 주식을 판 사람과 특수관계가 성립돼야 한다. 특수관계가 있는 사람으로부터 주식을 저가로 매입하게 되면 매입한 사람이 시가와 구입가액과의 차액만큼 증여세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에버랜드나 이 회장에게 삼성생명 주식을 매도한 사람이 특수관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관해서는 다툼이 없고 국감장에서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명확히 밝힌 바 있다. 거래 당시의 세법으로는 과세할 수 없었던 사항에 대해 지금 세법에 의하면 수천억원의 탈세에 해당된다는 주장은 부당하다. 이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 주식을 증여받은 금융회사의 경우 증여 당시 시가에 따라 법인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비상장 주식의 시가를 정확하게 평가하기가 어렵고 은행들마다 서로 다른 가액으로 평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증여받은 날로부터 벌써 5년이나 지났고 법인세 제척기간이 거의 육박한 시점에서 시가평가 방법에 이의를 제기하고 금융회사에 추가해서 세금을 물리는 것은 무리한 과세로 보인다. 삼성생명 주식의 평가액을 올려 법인세를 부과한다고 해도 금융회사들이 이를 처분하는 시점에서 처분 손실이 생기게 되면 결국은 다시 법인세를 깎아줘야 되는 것이다. 다만 5년 동안의 신고불성실가산세와 납부불성실가산세만 징수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손익의 귀속사업연도의 차이에서 오는 사항에 대해 가혹하게 과세할 일이 아닌 것이다. 삼성자동차의 주식을 직접 소유하고 있지 않았던 그룹 회장이 금융회사의 손해를 줄이고 부산지역 하청업체의 재활을 돕기 위해 도의적 책임 차원에서 내놓아 이미 이 회장의 손을 떠난 삼성생명 주식과 관련된 탈세 논란은 불필요한 논쟁거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