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보호원 관할은 우리가" 재경부-공정위 10년 묵은 다툼

"궁극적으로 소비자 이익을 위해선 소비자보호원이 경쟁정책을 다루는 공정거래위원회로 옮겨 와야 한다."(공정위) "공정위가 소비자보호 업무까지 맡으면 기업에 대한 권한이 너무 막강해져 업계 부담을 더 크게 지울 게 뻔하다."(재정경제부) 한국소비자보호원 관할문제를 둘러싸고 재경부와 공정위가 해묵은 "영토전쟁"을 다시 시작했다. 이번 전쟁은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소보원을 공정위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촉발됐다. 윤성식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은 지난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현재 재경부 산하에 있는 소비자보호원을 공정위로 이관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팀에서 의견수렴을 해(이관 여부를) 연내에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소보원의 이관을 검토하는 이유로 "날로 중요성을 더해가는 소비자보호 기능이 재경부에서 좀 소홀하게 취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보도가 나가자 공정위는 반색했다. 공정위는 지난 1995년 소비자보호국이 생기면서부터 소보원 이관이 숙원이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엔 소보원을 공정위로 옮기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갔지만 재경부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된 적도 있어 더욱 그랬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정책을 어디서 다루는 게 바람직한가 하는 차원에서 검토된다면 소보원의 공정위 이관은 당연한 귀결"이라며 "혁신위가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도 한국의 공정위 격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소비자정책을 다룬다"며 "이는 독점이나 불공정 거래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힌 사업자를 처벌하고 관련 피해자를 구제하는 업무가 한 곳에서 이뤄져야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과거 정부에서도 수차례 논쟁 끝에 결론이 난 사안을 지금 왜 다시 꺼냈는지 모르겠다"며 "소보원 업무는 소비자 보호,안전,교육,분쟁조정까지 15개 부처와 관련이 있는 만큼 경제총괄 부처인 재경부가 계속 맡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기업을 규제하는 공정위가 소보원까지 갖게 되면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둘러 업계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는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얘기다. 정부혁신위는 지난주 재경부와 공정위로부터 소보원 관할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데 이어 7일과 13일 각각 관련 전문가와 소비자·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여론을 수렴한 뒤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