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그룹 구조본부장 "지금은 경제위기 상황"

기업인들은 현 경제 위기의 밑바탕에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상실이 뿌리깊게 깔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386세대' 등 경제 분야 비전문가들이 참여정부의 정책 전반을 주도한 결과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각 경제 주체가 미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국가적 경제 역량을 결집하지 못한 게 위기의 본질이라고 보고 있다. 전체 조사대상자의 58.8%가 2006년 이후에나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답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책 불확실성이 최대 걸림돌 구조조정본부장들은 정권의 성향이나 정부의 정책이 투자 등 경영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특히 신규 투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많았다. 기업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정부가 과연 시장경제 체제를 존중하고 있느냐에 있다. 5대 그룹의 한 구조조정본부장은 "기업의 생리상 정부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존중해야만 이익을 좇기 위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낮고,또 정책 여하에 따라 해당 기업의 안정적 경영권 확보조차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업이 어떻게 5∼10년 앞을 내다보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응답자가 29.4%에 달했다. 시장 경제를 거스르는 대표적인 정책으로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을 꼽았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구조조정본부장은 "현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이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대시켰다는 사실을 정부가 먼저 인정해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성장보다는 분배,기업인보다는 노동자 우선,재벌 자체의 부정적 인식 및 이에 따른 반기업 정서가 커지고 있는 것도 보수적으로 기업을 경영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기업인들은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노동관계법은 반재벌 정서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선택의 평등'을 넘어 '결과의 평등'을 강요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용없는 성장 불가피" 조사 대상 기업인의 64.7%는 '고용없는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 창출을 통한 경제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최근 투자가 정보화·자동화에 집중되고 신규 인력보다는 기존 인력을 활용하는 상황에서 고용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강성 노조로 인해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못한 점도 고용없는 성장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기업의 투자가 활발해지면 연관 산업 분야들의 활력이 되살아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특히 유통 관광 등 서비스 산업이 앞으로 고용을 창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추연우 동양메이저 투자사업본부장(전무)은 "기존 경쟁 강도가 심한 산업에서 고용을 창출하는 것은 어려운 만큼 새로운 성장산업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는 게 고용창출 효과가 높다"고 설명했다. ◆반기업 정서 여전 구조조정본부장들은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가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체 조사대상자의 82.3%가 기업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국가 경제를 이끌어 가는 재화와 서비스 생산,국가 재정을 지탱하는 세수,국민의 소비를 가능케 하는 소득 등이 결국 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것이란 점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응답자는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분배 위주의 정책 및 기업투명성 강화 정책의 영향으로 기업 및 기업인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을 개혁 대상으로 간주하는 듯한 정책이 반기업 정서를 오히려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반기업 정서는 중장기적으로 경기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는 만큼 친기업적 사회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 △삼성 이학수 구조조정본부 부회장 △LG 강유식 ㈜LG 부회장 △현대차 정순원 전 현대.기아자동차 기획총괄본부장.현 ㈜로템 사장 △SK 최상훈 SK㈜ 경영지원부문장(전무) △한진 원종승 구조조정실장(상무) △GS 서경석 ㈜GS홀딩스 사장 △한화 최상순 구조조정본부 사장 △현대중공업 이무희 경영기획담당 전무 △금호아시아나 오남수 경영전략본부 사장 △두산 이상하 ㈜두산 전략기획본부 상무 △동부 박광호 ㈜동부 부사장 △현대 최용묵 경영전략팀 사장 △동양 추연우 동양메이저 투자본부장(전무) △효성 이상운 ㈜효성 사장 △동국제강 홍형빈 기획실장(상무) △GM대우 랍 레게 커뮤니케이션 대외협력본부장(부사장) △코오롱 김태환 전략기획실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