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기죽이며 혁신하겠다니..'미래사회를 이끌어가는 기업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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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위기는 '기업가 정신'이 쇠퇴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굳이 반기업 정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기업하고자 하는 마음이 움츠러들고 있다.
창조와 도전,혁신의 정신이 소멸되거나 약화되는 사회는 희망찬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이러한 시기에 출간된 피터 드러커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기업가정신'(이재규 옮김,한국경제신문사)은 매우 시의적절한 책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대학에서 기업가정신 과목을 가르치면서 이 책을 필독서로 권장해왔다.
이 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서문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한국사회 발전의 역동성을 위협하고 있는 가장 큰 요소는 일자리 창출 문제다.
미국에서는 매년 60만개의 새로운 사업체가 설립되면서 지난 25년간 4천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바로 왕성한 기업가 정신의 결과다.
창업과 투자 활성화를 통해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어떠한 장밋빛 비전도 허망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의 가장 흥미 있는 부분은 혁신 기회의 일곱가지 원천에 관해 다양한 현장 중심의 사례를 소개한 부분이다.
각각의 원천을 하나씩 읽어가는 가운데 드러커 특유의 탁월성과 독창성을 맛볼 수 있다.
시공을 넘나드는 풍부하고 흥미로운 사례는 단순히 기업가 정신에 대한 이해의 차원을 넘어서 기업과 경영을 둘러싼 역사적 통찰력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포드 자동차의 에드셀 실패 사례는 익히 알고 있지만,예상치 못한 실패를 통해 가장 성공적 모델인 선더버드가 탄생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주목한 제품 전략이 가져온 경영혁신의 성과다.
드러커는 새로운 지식을 원천으로 하는 혁신이 수반하는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멋진 아이디어는 가장 위험성이 높으면서 또한 가장 성공 가능성이 낮은 혁신 기회의 원천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우리 사회에 벤처 붐이 일었지만 수많은 실패가 뒤따른 것도 혁신의 위험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강점은 기업가 정신의 실천에 관하여 설명하는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드러커는 '기업가적 관리'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대기업,서비스 조직 및 공공기관에서도 기업가 정신과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구체적인 혁신의 과정과 방법론을 제시한다.
거시적 통찰력과 현장지향적 실용성이 절묘하게 조화된 이 부분을 읽노라면 왜 드러커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책의 기본 시각은 기업가 정신과 혁신을 동전의 앞뒷면처럼 본다는 점에서 슘페터리안 혁신의 관점과 일치하고 있다.
혁신의 실천자로서 기업가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명확하게 지적한 슘페터의 사상이 드러커를 통해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하는 사람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
한편으로는 혁신을 추구한다고 하면서,다른 한편으로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딜레마를 극복하는 길은 '기업가 사회와 경제'로 나아가는 것이다.
일반 시민들의 실질적 삶의 개선과 연관되지 않는 혁신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실용주의적 혁신으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의 살 길이다.
파이를 나누는 방법에 혁신의 초점을 맞추어서는 갈등만 커질 뿐이다.
파이를 키우는 혁신에 대해 더 관심을 높이고자 한다면,그 해답은 바로 기업가 정신의 활성화에 있다.
한정화·한양대 경영학과 교수